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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번엔 박영수 딸 11억…50억 클럽 철저히 수사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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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박 측은 화천대유에서 빌린 돈이라고 해명  

곽상도 구속 이어 박영수·권순일 의혹 캐야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대장동 개발 민간업체인 화천대유로부터 2019~2021년 여러 차례에 걸쳐 11억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박 전 특검 측은 화천대유 직원인 딸이 회사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다. 차용증을 작성한 정상적 대출이라고 주장한다. 연봉 6000만원 정도인 직원이 회사에서 11억원을 빌렸다는 얘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하게도 화천대유와 대주주 김만배씨를 둘러싸고선 이처럼 일반인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졌다. 그 혜택은 고위 공직자와 인허가 관련 요직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지난 4일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편의를 봐주고 화천대유에 근무한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핵심 혐의다.

천문학적 돈거래의 진상을 밝히는 작업이 검찰에 맡겨졌지만 실망의 연속이었다. 초기부터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미뤄 비난을 자초했고, 김만배씨가 전직 검찰 고위 간부와 대법관에게 50억원씩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증언을 입수한 이후에도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곽 전 의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한 차례 기각당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와중에 지난달 언론에 공개된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은 충격적이었다. 두 사람이 유력 인사들에게 50억원씩 나눠 주는 논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박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6명의 이름이 등장했다. 2020년 3월 이뤄진 대화에서 김씨가 이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50개(억)가 몇 개냐”고 묻자 정 회계사가 “50, 50, 50, 50, 50, 50이면 300(억원)”이라고 답했다.

물론 녹취록에 나왔다고 무조건 수사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신빙성을 더하는 정황이 밝혀진 경우엔 신속하고 과감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게 상식이다. 박 전 특검은 딸의 11억원 대출 이외에도 딸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 등 석연치 않은 사안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소환조사했을 뿐이다. 권 전 대법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2020년 9월 퇴임한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전후해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이 밝혀져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기각당한 뒤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건지, 의지가 없는 건지 수사에 진전이 없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로 국민에게 이미 큰 실망을 줬다. 녹취록 내용이 공개된 ‘50억 클럽’ 수사마저 무기력하게 끝낸다면 검찰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