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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 경제, ‘쌍둥이 적자’ 비상등 켜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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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나타났다. 재정적자까지 계속되면서 한국에선 익숙지 않은 '쌍둥이 적자' 상황이다.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나타났다. 재정적자까지 계속되면서 한국에선 익숙지 않은 '쌍둥이 적자' 상황이다.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재정적자에 무역적자 겹쳐 경제 위기 상황  

돈 퍼주기 경쟁 멈추고 비상대책 마련해야

한국 경제에는 익숙지 않은 ‘쌍둥이 적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 정부가 거침없이 재정을 확대하면서 그간 재정적자가 불어나도 우리 국민은 달리 제동을 걸 수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경각심이 무뎌져 있었다는 것인데, 문제가 심각한 것은 무역적자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1월 무역수지는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나갔다. 2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재정적자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무역적자까지 겪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쌍둥이 적자는 1980년대부터 미국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경제 활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물며 우리는 미국과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천연자원도 없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개방경제 체제의 처지에선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무역수지 적자가 쌓였지만 경각심을 갖지 않다가 결국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다. 그나마 당시 구제를 받았던 결정적인 배경은 든든한 재정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1.4%였다. 이 비율은 올해 50%를 뛰어넘었다.

나라의 재정이 흑자인지, 적자인지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적자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100조원에 육박했고,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 재정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재정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로선 지출보다 수입이 더 많다. 이것을 더해도 적자라는 것은 국가 재정이 심각한 적자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근래 매년 100조원에 가까운 적자 국채를 찍으며 나랏빚이 늘어난 탓이다.

코로나 보상까지 겹치면서 득표에 급급한 정치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야 대선후보는 올해 608조원에 이르는 본예산도 부족하다면서 지난달 편성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35조원으로 증액하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수용 불가”를 주장해도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월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홍 부총리를 압박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증액 반대는) 홍 부총리의 생각(일 뿐)”이라고 몰아붙였다.

대선후보들은 쌍둥이 적자라는 비상등을 직시해야 한다. 공급망 대란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로 미 달러화까지 급등하고 있다. 이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계속 치솟고 무역적자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가 풍전등화에 놓이고 있다. 돈 퍼주기 경쟁을 멈추고 비상경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