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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전에 해야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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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택시요금을 내년 상반기중에 인상하기로 한 교통부의 방침 자체는 각종 원가요인의 상승으로 볼 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또 택시가 긴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여행자,교통사각지대 거주자 등 꼭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대중교통수단화되어 있는 비정상적 현실을 점차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구조의 장기적 개선방향이나 내년의 요금인상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택시를 대체할 대중교통수단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요금인상이란 자가용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과 생활불편을 가져다 줄 것이며 자가용 소유의 필요성을 부채질해 대도시 교통체증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택시의 가장 좋은 대체교통수단이 지하철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막대한 건설비용과 긴 건설기간으로 해서 당장의 정책적 대안은 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서는 버스의 증차와 지하철 운행간격의 단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아파트 밀집지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중형버스를 운행하고 버스전용차선을 확대하는 구상은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자가용 소유자의 이용도 유도해 교통난의 심화를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에서 택시가 주로 출퇴근용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출퇴근 때는 주로 중산층이,낮시간에는 자가용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인 생업이나 가사업무에 주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에서는 일반버스ㆍ일반좌석버스ㆍ지하철을 더욱 이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해주어야만 택시요금 인상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버스공동배차제의 과감한 실시로 교통사각지대가 줄어들도록 노선을 골고루 배치하고 버스회사에 대한 지원강화로 운전사의 인력난을 덜어주며 지하철 배차간격을 더 좁혀주는 것 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거지와 밀집지역을 연결하는 중형버스를 투입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계획대로 그 요금이 1천∼1천5백원이라면 중산층의 출퇴근 때 이외에는 택시 대체교통수단으로서의 큰 기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가용 승용차 증가의 억제방안도 더 연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가용 승용차의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이 택시요금 인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택시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그 인상시기는 이러한 조치가 충분히 마련되고 난 이후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 15.9%,부산 20.3%나 되는 택시수송분담률에 비추어볼 때 충분한 대체수단이 전제되지 않는 요금의 인상은 가계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인상률에 대해서도 적정한 수준의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최고 21.6%란 인상률은 너무도 높다. 기본료는 그대로 두고 주행료만 올린 것도 문제다. 이는 시민의 단거리 이용증가,운전자의 단거리 운행기피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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