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의용 "사도광산 등재, 사죄정신 역행" 日외무상과 첫 통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용 장관은 3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해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한일 외교장관 간 통화는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3개월만인데, 첫 통화부터 양국 갈등 사안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연합뉴스]

정의용 장관은 3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해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한일 외교장관 간 통화는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3개월만인데, 첫 통화부터 양국 갈등 사안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일본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데 대해 항의했다.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3개월 만에 성사된 한·일 외교장관 간 첫 통화였지만, ‘협력’이 아닌 ‘갈등’이 부각됐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통화 사실을 알리며 “정 장관은 (하야시 외무상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이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근간임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日 사죄와 반성 정신에 역행"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 [연하뉴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 [연하뉴스]

일본 니가타(新潟)현에 위치한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동이 이뤄진 장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같은 강제노역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도광산이 17세기 에도 시대에 최대 금광이라는 점 등만 부각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한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표했다. 또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 2015년 하시마섬(端島·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은 해당 근대산업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실을 알리고 정보센터 건립 등을 통해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야시 "한국 주장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EPA=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EPA=연합뉴스]

일본은 오히려 도쿄에 세운 정보센터 등을 활용해 조선인 강제 노역 피해를 미화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움직임으로 일관했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군함도 등에서 자행된 강제노역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라고 일본 측에 공개 경고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이날 통화는 일본 측의 요청으로 약 35분간 이뤄졌다. 이 신문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 정 장관이 "한국인의 강제노동이 있었던 곳"이라고 언급하자,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갈등, '대북 공조'에 악영향 우려  

지난달 30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장면. 아래는 해당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장면. 아래는 해당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 [연합뉴스]

양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와 관련 “양 장관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및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짤막한 내용만 보도자료에 담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일 갈등이 역내 대북 공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2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하야시 외무상 간 전화 통화에선 한·일 갈등 상황이 의제에 올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갈등과 독도 영유권 분쟁에 더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둘러싼 갈등까지 더해지며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데 대해 미국 역시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히 미·일 외교장관 통화와 관련 “강제징용 소송 등에 대해 (양 장관의)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