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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 만에 입 연 푸틴 "우크라, 크림 탈환 시도 땐 전쟁"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70)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탈환하려고 시도한다면 나토와 전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기자회견 후 한 달 반만에 나온 푸틴의 입장 표명이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5시간 회담을 마친 뒤, 지난달 26일 미국과 나토에게서 받은 서면 답변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면 답변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가 요구한 3가지 핵심 사항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다른 구소련 국가로의 나토 확장 금지, 러시아 국경 인근에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내 군사 인프라의 1997년 이전 수준 복귀 등을 요구했다.

푸틴 “러시아가 나토와 전쟁할 수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의 발전을 억제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어 크림반도에 군사작전을 시작한다면, 러시아는 나토와 전쟁을 해야 하나. 누구도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끌어들여 그곳에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고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무력을 사용하도록 부추겨 우리를 무력 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방 국가들이 우리의 우려를 무시하면서 미국과 나토는 자신의 안보 확보를 위한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유럽국가, 러시아 등 모든 당사자의 이익과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아직 서방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화 통화로 미국의 서면 답변에 대한 양측 입장을 논의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에 보낸 서면 답변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나토 핵심 기지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있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기지에 지상공격용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블룸버그는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포함한 동맹과 논의를 거친 뒤 합의가 가능하며, 러시아의 지상 발사 무기에 대한 상호 검증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확 바뀐 우크라 대통령 "유럽 전쟁이 될 것"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회담을 가진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회담을 가진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전쟁 위기에 몰린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과 협력 체제 구축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각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우크라이나·영국·폴란드 3자 간 지역 안보 협정을 준비하기로 했다. 아울러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에너지 독립 지원을 위해 8800만 파운드(약 1430억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폴란드는 경박격포, 정찰용 무인기, 휴대용 방공 시스템 등 무기와 가스 공급 등을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존슨 총리와 회담 후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아니라 본격적인 유럽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군이 10만명가량 배치된 상황을 두고 "지난해 봄과 비슷한 규모의 병력이다. 더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서방 지도자들은 위기감 조장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던 것에서 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영국 등이 지적한 전쟁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제 냉혹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의회에서 국방력 강화 법령에 서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3년 동안 급여를 올리고 주택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줘 10만명의 전문 군인을 양성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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