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갈까 말까, 살까 말까 … 선택에도 기술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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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판단력 강의 101

원제 Making Great Decisions in Business & Life
데이비드 헨더슨 외 지음, 이순희 옮김
에코의서재, 344쪽, 1만3000원

은행이나 병원에 가니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섰다. 돌아갔다 다시 올까, 다른 곳으로 갈까, 기다릴까? 내가 사들인 주식이 계속 떨어지거나 가게를 열었는데 계속 적자다. 팔아치울까, 기다릴까, '물타기'를 할까? 삶을 단순화하면 이같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럴 때 속시원한 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들이 읽어 볼만한 책이다. 제목을 보면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 같지만 실은 탄탄한 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학'을 다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목의 '101'도 의미 없다. 대신 한계수익이며 파레토의 법칙 등 경제 용어가 등장하며 때때로 확률계산 같은 딱딱한 대목도 나온다. 그러나 겁낼 것 없다. 설명은 대체로 쉽고, 머리 아픈 대목은 건너뛰어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

글머리에 나온 줄서기 문제의 답을 전한다.

어지간하면 기다리는 게 좋단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에 간 시간의 '기회비용', 그러니까 그 시간에 벌 수 있는 돈이나 다른 일을 해서 얻을 즐거움이 날아가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도 되찾을 수 없는 이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경제학자인 지은이가 설명해준다. 나머지도 간단하다. '실패한 과거와 실패하는 미래를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실패한 과거와 가능성 있는 미래를 선택하겠는가'의 문제다. 모두 매몰비용에 관한 것들이다.

끊어질 확률이 각각 1%에 불과한 100개의 고리로 연결된 쇠사슬이 끊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63%나 된다. 마찬가지로 한 회사 안의 각 부서가 성공할 확률이 90%라면 회사가 성공할 확률은 35%에 지나지 않는단다. 계산과정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논리는 1990년대 불 같이 일어났던 인터넷 기업들이 우수수 몰락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제조업체에 비해 원가는 낮았지만 회계.법률.인간관계.재정.마케팅 등 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부문에서 많이 부족했던 탓이다. 예컨대 한 가지 분야에선 성공확률이 95%지만 나머지 9가지 분야의 성공확률이 75%라면 그 회사의 전체 성공률은 4%에 불과하기 때문이란다.

이밖에'완벽한 대안은 좋은 대안의 적이다''나쁜 대안을 피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직원 중 상위 20%는 나머지 80%의 16배 가치가 있다'는 등 최선의 선택을 위한 조언이 수두룩하다. 그것도 개최가 불투명한 회의 참석을 위해 지금 할인 비행기표를 사야 하는지에서부터, 원자력잠수함 폐기에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이고 흥미있는 사례가 풍부해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 중 대규모 사업을 위한 의사결정 때 전체 투입비용의 1%를 사전조사'비용'으로 써야 한다는 '1퍼센트의 법칙'은 우리 지도층에 꼭 들려주고 싶다. 이렇게만 했다면 새만금문제나 대북지원 등에서 원만한 사회합의를 이루지 않았을까 해서다. 단 여기서 비용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나 정보가 될 수도 있단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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