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녀는 40대만큼 진보인데···이대남은 대한민국 최강 보수 [본지·정당학회 분석]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00:30

업데이트 2022.01.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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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대 성별 정책이념 분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대 성별 정책이념 분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본지·정당학회, 정책이념 분석

‘20대 남자 보수’ 또는 ‘20대 여자 진보’는 젠더 이슈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정책 전반에서도 확연히 달랐다. 이대남은 가장 보수적이라는 60대(이상)보다도 보수적이었고, 이대녀는 가장 진보라는 40대에 버금갈 정도로 진보적이었다. 다른 세대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차이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9일 국민 2014명을 상대로 유·무선 면접조사를 통해 외교안보·경제·사회 영역 14개 정책쟁점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정책이념을 추출한 결과다. 0을 가장 진보, 10을 가장 보수로 봤을 때다. 세대별 평균은 40대(4.49)-50대(4.64)-30대(5.23)-20대(18~29세, 5.26)-60대 이상(5.6)의 분포였다.

성별까지 감안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다. 이대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보수적인 5.87로 나왔다. 이대녀(4.6)는 40대 남(4.40)·여(4.58), 50대 남자(4.54) 다음으로 진보적이었다. 이로 인해 이념 차는 20대에선 1.27로 30대(0.52)-60세 이상(0.27)-50대(0.19)-40대(0.18)를 크게 웃돌았다. 20·30대 그중에서도 20대에서 남녀 차가 얼마나 큰지 드러난다. 이대남 중 자신이 보수에 속한다고 본 비율도 38.9%로 60세 이상 남자(40.6%), 60세 이상 여성(39.7%)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반면에 이대녀는 자신을 보수로 평가한 비율이 22.3%에 그쳤고 중도(43.9%)라는 답변이 50대 여성(44.3%) 다음으로 많았다. 조사 시점에 이대남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26%)가 윤석열 국민의힘(18%), 안철수 국민의당(24.4%) 후보를 앞섰는데도 그렇다. 이대녀에선 이재명(21.8%)·윤석열(16.5%)·심상정(21.7%) 후보가 혼조세였다.

성별 연령별 정책이념 분포

성별 연령별 정책이념 분포

구본상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20대 성별 차이가 드러났다”며 “통일, 대북 인식에선 노년으로 가면서 성별 차이가 관측되는데 이번엔 20대여서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인 데다 남자들은 현 정부를 페미니즘 정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정치적으로 보수정당에 동일시하는 흐름이 반영됐을 수 있다”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문제 시장에 맡겨야" 이대남 40%, 이대녀 14% 찬성 

이대남·이대녀의 차이는 사회 영역에서 도드라졌다. 원전 폐지와 관련해 이대남은 제한적으로 추가 건설 허용(43.5%), 추가 건설 적극 추진(24.3%) 등 보수색이 강했다. 반면에 이대녀에선 점차 줄이자는 응답이 45.3%로 가장 많았고, 추가 건설 적극 추진은 6.4%에 그쳤다. 여성할당제에 대해선 이대남의 64.4%는 폐지 또는 축소를, 이대녀의 74.1%는 적극 확대 또는 제한적 확대를 지지했다. 다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이대남의 61.2%, 이대녀의 88.6%가 제도적으로 인정하거나 권리를 존중하자고 답했다.

이대남 이대녀 부동층

이대남 이대녀 부동층

경제 영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향후 5년간 정부의 재정지출 운용 방향에 대해 이대남의 21.6%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니 대폭 축소하자고 했다. 반면에 이런 의견은 이대녀에선 5.4%에 불과했다. 대신 이대녀는 재정 확대정책 지지 쪽에 67.6%가 몰렸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이대남의 40.4%는 노동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봤으나 이대녀의 14.6%만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국민 전체 성향은 '중도', 복지에선 양극단 40%  

이번 조사에서 국민 평균은 중도(5.09)로 나왔다. 하지만 중간 부분이 산등성이처럼 뭉툭한 특징을 보였다. 중간이 높고 양옆으로 훨씬 매끄럽게 낮아지는 종(鐘) 모양이던 과거 조사와 달랐다. 구본상 교수는 “이념적 양극화의 초기 현상일 수 있다”며 “특히 경제 분야 국민 응답에서 이런 경향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관련 질문에서 국민 응답은 ▶대폭 확대 10.6% ▶현 경제 수준 고려해 확대 41.5% ▶현 경제 수준 고려해 감축 15.3% ▶대폭 삭감 30.4%였다. 확대(52.1%)와 감축(45.7%)이 팽팽하고, 양극단의 응답 비율이 40%를 넘는다. 실제 여론 양극화가 가속화한다면 여론 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이 이념지수 5.52로 가장 보수적이었고, 부산·울산·경남(PK) 5.32, 충청 5.30 순이었다. 가장 진보적인 곳은 호남(4.64)이었고 이어 강원·제주(4.91)였다.

김성탁·김준영 기자 sunty@joongang.co.kr

난 진보? 보수? 중도? 1분이면 알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462) 

어떻게 조사했나
정책이념은 ▶외교안보 ▶경제 ▶사회(물질/탈물질주의) 3개 차원의 영역으로 분석했다. 외교안보는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정치·사회적 갈등을 구성했던 영역으로 대체로 한·미 관계 등 전통적 관계를 중시하는 게 보수, 변화와 다각화를 중시하는 게 진보로 여겨진다. 경제 영역에선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게 보수, 기업에 대한 규제와 복지를 강조하는 게 진보로 이해된다. 사회 영역에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는 것이 진보, 전통적 가치·질서를 우선하는 것이 보수 쪽이다.
이번 대선후보와 국민 대상 조사에선 3개 영역에서 현안을 대표하는 14개 쟁점을 선택했고, 쟁점별로 가장 진보(0)부터 가장 보수(10)까지 네 개 층위의 답변을 제시했다. 후보들에겐 현안에 대한 6개의 추가 질문도 했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브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14명을 대상으로 무선(84%)과 유선(16%) 전화면접조사 실시, 표본은 2021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로 할당 추출했으며,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셀 가중)를 부여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2%포인트, 응답률은 12.1%다. 상세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정당학회 연구진이 조사·분석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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