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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망신」당한 한약 쇼핑/한천수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경 아시안게임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싹쓸이 쇼핑」으로 추태를 빚더니 이번엔 큰 돈을 들여 사들고 온 각종 한약이 대부분 가짜인 것으로 밝혀져 2중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한약제품엔 수은ㆍ납ㆍ구리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드러나 병 고치려다 오히려 병을 얻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됐다.
이같은 사태는 외제라면 사족을 못쓰고,거기에다 보약이라면 물 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시안게임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은 한약재를 들여왔는지는 김포세관 통계가 여실히 말해준다. 지난달 26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서 입국한 5천2백26명 가운데 18%인 9백35명이 면세한 도액 30만원을 초과하다 적발됐다.
적발된 물품은 웅담ㆍ편자환ㆍ발모제ㆍ남보ㆍ녹태고 등 한약재,주류가 대부분으로 1인당 평균 50여만원어치.
최근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부쩍 늘어난 여행객 이외에 교포들의 모국 방문도 중국 한약재 반입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정부가 검정을 거쳐 허가한 정식수입품이 아니고 이같이 「휴대품」으로 들여온 중국 한약이 안정성과 유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중국은 의약품 검정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 한약이 어떻게 제조되는지,가짜는 어떻게 제조돼 유통되는지 가늠할 길이 없다.
이번에 검사한 동인당 제품등 우황청심환에서 수은이 검출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85년부터 사용금지된 주사처방을 중국에서는 아직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의약품은 중금속 총량을 1백PPM으로 규제하는데 비해 동인당 우황청심환은 금박 대신 입힌 구리가 1백23PPM이나 검출된 것만 보더라도 중국의 가짜 한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쯤되면 중국산 한약의 허실은 드러난 셈이다. 더이상 중금속이 함유된 엉터리 한약을 먹는데 외화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약이라면 중국이 원조」라는 인식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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