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대상 따라 표현방법 달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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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화는 물론 서양화의 구상·비구상에 걸쳐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 온 재야 원로화가 지홍 박봉수 화백(74)이 4년만에 개인전을 열고 있다.
24일까지 서림화랑(514-3377) 초대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박 화백의 30년대 이후 현재까지 60여 년에 걸친 대표작 20여 점이 선보임으로써 작품변천과정의 편모를 엿볼 수 있다.
『제가 보관하고 있던 5백여 점 가운데 괜찮다 싶은 것을 골라 보았습니다. 남들은 제가 하도 여러 가지 화법을 보이니까「실험작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완성 작들입니다.』
박 화백은 진정한 그림은 소재·대상에 따라 그 표현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대상에 따라 거기에 적합한 장르와 기법,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화백은 피카소·달리·샤갈 등 많은 거장들도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고 덧붙인다.
표현방법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그가 즐겨 그리는 것은 불교의 세계, 그중에서도 특히 불상이다.
『고향인 경주에는 수많은 돌부처들이 있습니다. 그 돌부처에는 숱한 세월동안 그 앞에서 기원한 인간들의 영혼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나는 그 영혼과의 대화를 작품화해 왔습니다.』
박 화백은 자신이 명상(선정)을 통해 모든 자연물과 대화를 나눈다고 말한다.
박 화백은 한번도 정식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타고난 방랑벽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일본·중국 등지를 떠돌며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그러나 지난83년 프랑스미술협회(ADAGP)가 그를 정회원으로 맞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요즘 부쩍 쇠약해진 박 화백은『5∼6년 전부터 나의 가짜잉어·산돼지그림 수백 점이 나돌고 있어 걱정』이라고 가슴아파 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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