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거우면 돈 더 내게, 분리배출 방문과외…음식쓰레기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4일 울산 남구 문수로 2차 아이파크1단지 한 주민이 아파트 내 음식물쓰레기 배출장치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카드를 접촉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울산 남구 문수로 2차 아이파크1단지 한 주민이 아파트 내 음식물쓰레기 배출장치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카드를 접촉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약 600 세대가 사는 울산 남구의 문수로2차 아이파크 아파트 1단지엔 RFID(무선인식) 방식의 음식 쓰레기 종량기가 있다. 14일 오후 한 주민이 조그만 카드를 종량기에 갖다 대자 기계 위쪽 문이 서서히 열렸다. 검은 봉지에 담은 음식 쓰레기를 쏟아내고 나니 화면에 '302g'이란 표시가 떴다. 주민이 버린 쓰레기 무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곧바로 등록됐다.

이 아파트는 2019년 구청 지원을 받아 RFID 종량기를 설치했다. 가정에서 버리는 만큼 비용을 매기게 되면서 도입 전과 비교해 음식 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박종원 관리사무소장은 "예전엔 음식 쓰레기통이 수시로 넘치고 감량을 유도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무게를 재니까 주민들이 알아서 수분을 빼고 쓰레기를 버린다"고 말했다.

하루 2만t 넘게 쏟아지는 음식 쓰레기는 정부·지자체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음식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 뿐이다. 그러려면 정부,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

14일 울산 남구에 있는 음식 쓰레기 처리 시설 내 관제실. 이곳은 남구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받아 바이오가스로 재활용해 에너지 기업에 공급한다. 송봉근 기자

14일 울산 남구에 있는 음식 쓰레기 처리 시설 내 관제실. 이곳은 남구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받아 바이오가스로 재활용해 에너지 기업에 공급한다. 송봉근 기자

울산 남구, 배출량 줄이려 RFID 종량기 보급

울산 남구는 RFID 종량기 보급을 늘리고 처리 비용을 높이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2016년부터 1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에 음식 쓰레기 종량기 설치를 지원한다. 설치비 포함 약 200만원 비용을 전액 남구에서 부담한다. 꾸준한 장려 정책 덕에 종량기는 78개 단지, 485개로 늘었다. 지금도 설치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진다.

폐기물 처리 수수료도 올리고 있다. 2019년엔 ℓ당 50원(가정 배출 기준)이었지만, 올해는 80원까지 올랐다. 조례 개정을 거쳐 3년 새 60%를 인상했다. 전홍억 울산 남구 환경관리과장은 "주민들이 자연스레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음식 쓰레기를 대폭 감량한 우수아파트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종량제 봉투, 쓰레기 수거 용기 등을 무료로 주는 식이다. 가정과 소형 음식점 등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 94% 이상은 바이오가스로 재활용해 에너지 기업에 공급한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2016년 3만6718t이던 남구 전체 음식 쓰레기 배출량은 2020년 3만2216t으로 줄었다. 가정은 물론, 다량배출사업장(대형마트·집단급식소 등)에서도 감축 효과가 나타났다.

광주 동구의 자원순환해설사가 전통시장을 돌면서 주민들에게 올바른 음식 쓰레기 배출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광주 동구

광주 동구의 자원순환해설사가 전통시장을 돌면서 주민들에게 올바른 음식 쓰레기 배출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광주 동구

광주 동구선 주민 찾아 분리배출법 등 안내 

광주 동구는 음식 쓰레기 감량을 도와줄 전문가를 키우고 있다. 자원순환해설사 55명이 시장·가정 등을 직접 방문한 뒤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과 쓰레기 감축 필요성을 알린다. 음식 쓰레기로 버려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알려주는 식이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설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주민 반응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 내에 RFID 종량기(4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자 음식 쓰레기도 2019년 1만4085t에서 2020년 1만2130t으로 감소했다.

소비기한 도입 등 정부 감량 정책 확대키로 

정부도 RFID를 이용한 배출 시스템의 감량 효과가 크다고 보고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20년 말 수립한 '제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2021~2040)에 따르면 아파트부터 도입을 의무화한 뒤, 단독 주택과 소형 음식점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소비자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소비자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먹을 수 있는데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식품도 문제다. 정부는 유통기한을 대체할 '소비기한 표시제'를 내년부터 본격 도입한다.(우유는 2031년부터) 소비기한은 식품 보관 방법을 준수하면 섭취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기한을 뜻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음식 쓰레기 감축은 획기적 정책 없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소비기한 도입은 시민들이 식품 섭취 습관을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 폐기물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 음식 쓰레기 퀴즈왕

헷갈리는 음식 쓰레기 분리배출법을 퀴즈로 알아보세요.

A

Q1 : 다음중 음식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것은

정답 : 4번 수박껍질( 현행법상 음식물류 폐기물이 되기 위한 기준은 '동물 사료로 활용될 수 있는가'입니다. 동물이 먹을 수 없는 생선뼈, 양파껍질, 파뿌리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

Q2 : 음식 쓰레기 처리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1번 음식 쓰레기 소각은 불법이다( 음식 쓰레기는 소각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음식 쓰레기 매립 및 소각의 경우 주민 반대가 심해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하지 않습니다. )

Q3 : 음식 쓰레기 처리기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3번 처리기를 거친 음식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버린다( 처리기, 감량기를 거친 잔여 음식 쓰레기도 음식 쓰레기 전용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

Q4 :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2번 액체로 된 약품은 싱크대, 변기 등으로 버린다( 액체로 된 약품을 그대로 버릴 경우 수질 오염 우려가 있습니다. 되도록 한 병에 모아 새지 않도록 뚜껑을 꼭 잠근 후 약국이나 보건소,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음식쓰레기 무대책 언제까지?

하루 음식쓰레기 2만t 비밀…4분의 1은 먹기도 전에 버려진다
1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 생선·정육 등 신선식품 코너에 있는 주방 한편에 200ℓ짜리 음식물 처리기가 있었다.
음식쓰레기, 12년 전 대책이 마지막…정부·지자체 관심이 없다  
2만t을 넘어섰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선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켓서 안 팔린 음식, 프랑스선 못 버린다…해외의 음식쓰레기
음식 쓰레기는 모든 국가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줄이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음식쓰레기로 만든 퇴비·사료, 88% 안 팔려…"공짜로 퍼 준다"
동물 보호 단체가 2019년 6월 음식 쓰레기의 사료 이용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국·찌개 탓 재활용 힘든데…음식쓰레기 500㎏ 먹어치운 벌레 
한국의 음식 쓰레기는 재활용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