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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음식쓰레기 2만t 비밀…4분의 1은 먹기도 전에 버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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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한 마트 신선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마트 신선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1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 생선·정육 등 신선식품 코너에 있는 주방 한편에 200ℓ짜리 음식물 처리기가 있었다. 직원들은 수시로 뚜껑을 열고 음식 쓰레기를 집어넣었다. 처리기에 들어간 음식 쓰레기는 건조·분해돼 액체 형태로 하수도로 빠져나간다. 마트 관계자는 "쓰레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기계를 24시간 돌려도 꽉 차곤 한다"고 말했다.

육류 등을 가공하면서 나오는 쓰레기 뿐 아니라 당일 판매 원칙인 야채나 생선도 팔리지 않으면 버려진다. 하지만 하루에 버려지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마트 관계자는 "배출량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 포장용 플라스틱은 재활용하지만, 솔직히 음식 쓰레기를 줄이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버려지는 음식이 무방비로 쏟아지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9400억 달러(약 1120조원)의 식품 중 30% 이상이 낭비된다고 추정한다. 버리는 음식만 줄여도 수억명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음식 쓰레기는 기후 위기와도 직결된다. 음식 쓰레기를 수거·재활용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모든 국민이 매일 400g '음쓰' 버리는 셈 

국내에서 하루 배출되는 식품 관련 쓰레기는 2만t이 넘는다. 올림픽 수영장(2500㎥) 8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음식 쓰레기 문제는 10여년 전 종량제 배출 제도가 안착한 이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탄소중립이나 플라스틱 등 다른 환경 이슈에 주목하는 동안 음식 쓰레기는 조용히 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공개한 식품 손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 혼합배출·분리배출·동식물성 잔재물을 모두 합친 식품 폐기물 전체 발생량은 2017년 1만9106t에서 2019년 2만1065t으로 증가했다. 2013년(1만6032t)과 비교하면 6년 만에 약 31% 늘었다. 1인당 식품 폐기물 발생량(2019년)도 하루 407g에 달한다. 모든 국민이 날마다 삼겹살 2~3인분을 버리는 셈이다.

특히 국내 음식 쓰레기의 4분의 1은 먹기도 전에 버려진다. 가정·식당 등의 음식 쓰레기는 2016년 1만4669t에서 2019년 1만4548t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제조·생산에 따른 사업장 폐기물 수치는 같은 기간 계속 올랐다. 법적 정의가 모호한 식품 제조업발(發) 동식물성 잔재물도 2017년 3203t에서 2019년 5066t으로 급증했다. 전체 음식 쓰레기(2만1065t)의 4분의 1에 가까운 수치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연구를 진행한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소비자보다 산업계에서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이 약한데다 각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적절히 처리됐는지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간편식, 가공식품 증가에 업체發 '음쓰' 급증

전문가들은 사업장에서의 음식 쓰레기 급증이 국민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한다. 주문솔 부연구위원은 "식품 제조 과정에서의 발생량이 늘어난 것은 배달 음식과 가공식품, 간편식 소비 증가 같은 식생활 패턴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이러한 폐기물이 꾸준히 늘어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식품이 만들어지고 팔리는 중에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폐기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나 주택가 등은 공공 수거·재활용이 이뤄지지만, 대형 사업장들은 대부분 별도 계약을 맺은 민간 업체에 모든 처리를 맡겨서다. 그렇다 보니 음식 쓰레기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취재팀이 주요 식품 유통·제조 업체 11곳에 문의한 결과, 음식 쓰레기 관련 수치를 파악하거나 감량 대책을 세운 곳은 거의 없었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폐기 업체에 맡기고 있어 정확히 파악한 바가 없다"라고 했다. 식품 체인 업체 관계자는 "멀쩡한 음식이 많이 남지만 딱히 쓸 방법이 없다. 음식 쓰레기 줄이려는 노력은 하지만 통계를 챙기진 않는다"고 했다.

14일 울산 남구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내부 모습. 음식쓰레기를 모은 뒤 바이오가스로 자원화한다. 울산=송봉근 기자

14일 울산 남구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내부 모습. 음식쓰레기를 모은 뒤 바이오가스로 자원화한다. 울산=송봉근 기자

세부 통계 불명확…'업사이클링' 정책 세워야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음식 쓰레기의 기초 자료인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통계도 시군구 단위로 폐기물 분류, 처리 방식 정도만 공개한다. 경로 추적이 안 되다 보니 어떤 부산물이 주로 나오는지, 이 중에서 쓸 수 있는 건 뭔지 알기가 어렵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개 동식물성 잔재물 등은 필요한 업체가 알아서 챙겨간 뒤 처리하는 식이다. 실제 재활용하거나 처리한 양 등을 알아야 하는데 사업장에서 별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일부 기업들이 그냥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을 챙기고 재활용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가공 업체 관계자는 "쌀겨, 콩비지 같은 부산물이 많이 나와서 또 다른 식품 등에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식품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관점이 전혀 없다. 단순한 음식 쓰레기가 아닌 식량 자원으로 봐야 한다"라면서 "남는 식품을 그냥 버리지 않고 순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도 거기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도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부터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바탕으로 음식 쓰레기 감량 계획을 새로 세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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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Q1 : 다음중 음식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것은

정답 : 4번 수박껍질( 현행법상 음식물류 폐기물이 되기 위한 기준은 '동물 사료로 활용될 수 있는가'입니다. 동물이 먹을 수 없는 생선뼈, 양파껍질, 파뿌리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

Q2 : 음식 쓰레기 처리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1번 음식 쓰레기 소각은 불법이다( 음식 쓰레기는 소각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음식 쓰레기 매립 및 소각의 경우 주민 반대가 심해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하지 않습니다. )

Q3 : 음식 쓰레기 처리기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3번 처리기를 거친 음식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버린다( 처리기, 감량기를 거친 잔여 음식 쓰레기도 음식 쓰레기 전용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

Q4 :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2번 액체로 된 약품은 싱크대, 변기 등으로 버린다( 액체로 된 약품을 그대로 버릴 경우 수질 오염 우려가 있습니다. 되도록 한 병에 모아 새지 않도록 뚜껑을 꼭 잠근 후 약국이나 보건소,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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