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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쓰레기, 12년 전 대책이 마지막…정부·지자체 관심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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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업체 관계자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4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업체 관계자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뷔페식 음식점 창고엔 120ℓ 용량 음식 쓰레기통이 3개째 채워지고 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이날 점심까지 손님이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이었다. 이 쓰레기는 다음날 수거업자가 5만1000원을 받고 가져갔다. 식당 관계자는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정해진 장소에 내놓으면 처리 업체가 가져간다"고 했다.

이날 방문한 서울 마포·강남구의 대형 식당 8곳의 대답도 비슷했다. 음식 쓰레기는 ℓ당 170원을 내고 처리 업체에 맡긴다. 매년 2월 영수증을 모아 구청에 제출하지만 평소 배출량은 잘 모른다는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 사장은 "처리 업체가 음식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니까 딱히 줄이려는 노력은 안 했다. 손님들이 남기는 걸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 놓인 음식 쓰레기

전국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음식 쓰레기가 2만t을 넘어섰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선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처리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데다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없어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대형식당에서 배출한 음식 쓰레기. 편광현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대형식당에서 배출한 음식 쓰레기. 편광현 기자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형음식점·급식소처럼 음식 폐기물을 다량 배출하는 사업자는 각 지자체에 처리 및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증된 수거·운반업체와 작성한 계약서를 첨부하는 것만으로 이 의무를 다했다고 간주한다. 서울시의 한 구청 관계자는 "음식 쓰레기 다량 배출 사업장이 수거·처리업체와 계약을 했는지 확인하지만 별도로 감량 의무를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환경단체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서울·전주의 다량 배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음식 쓰레기 배출 일지를 작성하지 않거나 폐기물을 섞어 버리는 사업자가 적지 않았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정부, 지자체에서 지원은커녕 통계 관리도 형식적으로 하는데 어떤 식당이 감축하려고 하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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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Q1 : 다음중 음식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것은

정답 : 4번 수박껍질( 현행법상 음식물류 폐기물이 되기 위한 기준은 '동물 사료로 활용될 수 있는가'입니다. 동물이 먹을 수 없는 생선뼈, 양파껍질, 파뿌리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

Q2 : 음식 쓰레기 처리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1번 음식 쓰레기 소각은 불법이다( 음식 쓰레기는 소각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음식 쓰레기 매립 및 소각의 경우 주민 반대가 심해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하지 않습니다. )

Q3 : 음식 쓰레기 처리기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3번 처리기를 거친 음식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버린다( 처리기, 감량기를 거친 잔여 음식 쓰레기도 음식 쓰레기 전용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

Q4 :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정답 : 2번 액체로 된 약품은 싱크대, 변기 등으로 버린다( 액체로 된 약품을 그대로 버릴 경우 수질 오염 우려가 있습니다. 되도록 한 병에 모아 새지 않도록 뚜껑을 꼭 잠근 후 약국이나 보건소,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음식점뿐 아니라 식품 제조 공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식재료를 가공하면서 나오는 부산물에 대해서도 별도의 지침이 없다.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처리 업체에 보낼 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재활용하라는 지침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10년 넘게 방치된 '음쓰 국가전략'

범정부 차원의 음식 쓰레기 대책이 마련된 건 지난 2010년이다. 당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별다른 정책이 나온 적은 없다. 음식 쓰레기 업무는 2013년 지자체로 이관됐다. 지자체에서도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뚜렷한 음식 쓰레기 대책은 없다.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한편에 놓여있는 음식 쓰레기통. 편광현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한편에 놓여있는 음식 쓰레기통. 편광현 기자

2022년에도 정부는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뚜렷한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달 환경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포장재나 플라스틱, 섬유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음식 쓰레기를 줄인다는 목표는 없다. 다만 환경부는 음식 쓰레기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더 많이 만들겠다는 목표만 제시했다. 각 가정에 음식쓰레기 감량기와 배출량 측정 시스템(RFID)을 도입하는 등의 대책이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치는 없다. 업체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음식 쓰레기 감량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는 음식 쓰레기를 자원화하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감축하라는 시그널은 최소 10년간 거의 보내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미화 이사장은 "지금처럼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다간 한 번 문제가 생겼을 때 줄이기 쉽지 않다. 해외보다 싼 음식 쓰레기 처리비용을 조금 높이고 감축 목표 달성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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