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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돼도 무증상이면 5일만 격리" 결정에 뭇매…美CDC 女수장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으로 임명되던 시절의 로셸 왈렌스키. AP=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으로 임명되던 시절의 로셸 왈렌스키. AP=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CDC는 질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정책 집행뿐 아니라 연구도 맡은 기관이다. 한국의 질병관리청을 포함해 다수 국가의 기관에겐 벤치마크의 대상일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CDC 역시 오미크론으로 인한 상황엔 속수무책인 것일까. CDC 센터장을 맡고 있는 로셸 왈렌스키(53)의 이름이 최근 뉴욕타임스(NYT)부터 CNNㆍ월스트리트저널(WSJ) 및 악시오스(Axios), 폭스뉴스 등 성향을 불문한 대다수 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판의 대상으로서다.

지난해까지 왈렌스키는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와 함께 센터장에 임명됐고,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이끄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등과 함께 팬더믹과의 사투의 최전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그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계속 내리고 있다”(CNN)부터 “언론과 국민과의 소통력이 부족하다”(NYT)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그를 CDC 센터장으로 발탁했을 당시만 해도 “팬데믹에 지친 의사들에게 기쁜 소식”(보스턴닷컴) 등의 호평일색이었다.

지난해 11월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과 함께 의회에 출석한 왈렌스키(왼쪽) CDC 소장.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과 함께 의회에 출석한 왈렌스키(왼쪽) CDC 소장. AP=연합뉴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을까. 오미크론 변이는 왈렌스키의 경력에 큰 변수가 됐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지난 12월 말 미국의 확진자 숫자는 하루 24만여명까지 껑충 뛴 상황.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재계 일각에서 일손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왈렌스키는 지난달 27일 자가격리 대폭 축소를 발표했다. “확진자라도 무증상이라면 자가격리는 (기존의 열흘이 아닌) 닷새만 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곧 비판의 도화선이 됐다.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긴 했지만 닷새 후엔 타인과의 접촉을 사실상 허가하면서 의학계를 중심으로 무모하다는 비판이 쇄도한 것.

NYT는 “CDC는 지금까지는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해오며 박수를 받았으나 이번 결정은 납득이 어렵다”며 “팬데믹 상황에서 급히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왈렌스키가 소수의 제한적인 전문가들의 자문만을 받는다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의사이면서 CNN 의학전문 기자인 산제이 굽타는 “팬데믹 초기 우리(미국)의 원죄가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CDC의 결정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공개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팬데믹과의 전투를 벌여온 파우치 NIAID 소장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왈렌스키는 국민 밉상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백신 접종 중인 왈렌스키 CDC 국장. AP=연합뉴스

백신 접종 중인 왈렌스키 CDC 국장. AP=연합뉴스

일각에선 왈렌스키가 언론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왈렌스키도 이를 의식해 최근 CBS의 간판 토크쇼인 스티븐 콜버트의 ‘더 레이트 쇼’에 출연하고, 지난 17일(현지시간)엔 WSJ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왈렌스키는 WSJ에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론 좀 더 명확한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왈렌스키에 대한 옹호론도 만만찮다. NYT는 “의학계에선 ‘왈렌스키는 희생양’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며 “최근 사태가 의학적으론 바람직하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건 오미크론의 특성 탓이며 모든 책임을 왈렌스키에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왈렌스키에게 이번 오미크론 사태는 그에게 인생 최대의 시험대가 됐다. 그는 존스홉킨스 의대를 졸업했으며 내과 수련의 과정을 거쳤고, 2012년 하버드대 의대에 강사로 임용, 곧 교수가 됐다. 1995년 역시 의사인 남편 로렌 왈렌스키와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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