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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만둣국 먹었다"고 욕먹은 美앵커, 하루뒤 상상못할 반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인트루이스의 NBC 뉴스 계열사 KSDK 앵커 미셸 리(43). [인스타그램 캡처]

세인트루이스의 NBC 뉴스 계열사 KSDK 앵커 미셸 리(43). [인스타그램 캡처]

“새해 첫날 만둣국 먹었어요. 보통 한국인들이 하듯 말이죠.” 최근 미 전역에서 불기 시작한 해시태그 베리아시안(#VeryAsian) 열풍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방송에서 한국계 앵커의 이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시청자가 리에게 “매우 아시아적(very Asian)”이라며 “한국적인 건 혼자 즐기라”고 비난하는 음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이를 촉발한 주인공은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기자이자 앵커인 미셸 리(43). NBC 뉴스 계열사인 세인트루이스의 KSDK에서 일하고 있다.

리가 2일 소셜미디어(SNS)에 이 메시지를 공개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만에 조회 수 300만을 넘겼고 리트윗과 ‘좋아요’ 수천개가 붙었다. 유저들은 “우리 2022년엔 매일 #VeryAsian이 되자”라면서 해시태그 #VeryAsian을 붙이며 리를 응원했다. 대만계 이민자 출신으로 지난해 사상 최초로 백인 남성이 아닌 아시아 여성 보스턴 시장에 선출된 미셸 우(39) 역시 리의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우리도 새해에 만두를 먹었어요. #VeryAsian인 게 자랑스러워요”라고 썼다.

“추악한 메시지가 선물로 변한 듯”

미셸 리가 1일 ″만둣국을 먹었다″고 발언한 새해 첫 방송. [인스타그램 캡처]

미셸 리가 1일 ″만둣국을 먹었다″고 발언한 새해 첫 방송.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4일 NBC에 “영상이 이렇게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인종차별적이고 추악한 메시지가 진짜 선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우울했지만, 많은 사람이 해시태그와 함께 새해 음식과 가족사진을 공유하는 걸 보니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면서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선함을 보게 됐다”며 “아시아인이자 미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색인종 미국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욕당하고 그보다 더한 일도 당했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더 심해졌다면서다. 실제 지난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선 아시안과 흑인 10명 중 약 4명이 팬데믹 이후 주변에서 자신을 보고 불편해하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리는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에드워드 머로우 상을 4번이나 받은 베테랑 기자다. 켄사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기자가 된 그는 지역 부문 머로우 상과 에미상도 각각 9번이나 수상했다. 역시 에미상 수상 이력이 있는 사진작가 출신인 남편과 함께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영화 ‘타미’와 TV쇼 ‘팔로잉’에서 기자로 단역 출연한 적 있다.

입양 당시 사진 공개하며 “매년 더 감사”

미셸 리의 입양 당시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미셸 리의 입양 당시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계인 리의 부모님은 백인이다. “1998년 한국 가족과 다시 만났고, 그 이후로 한국 문화를 내 삶에 받아들이고 있다”던 입양 관련 활동에서 적극적이다. 수년간 여름마다 서울을 방문해 보육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강연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미 의회에서 ‘앤젤스인어답션’(Angels in Adoption) 상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14일 42번째 생일을 맞아 SNS에 특별한 사진을 공개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될 때 모습이다. 현재의 모습과 함께 공개한 이 게시물에서 그는 “이름도 없고, 미래도 불확실한 아기 vs. 모든 것에 목적과 감사를 가진 여성”이라며 “나는 여전히 숨 쉬고 사랑하고 있으며 매년 더 감사하게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축하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 입양’(#KoreanAdoption), ‘인종을 초월한 입양’(#TransracialAdoption)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였다.

“저는 한 사람이 ‘미국적인 것’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각자 다른 경험을 했고 공유한 그 모든 경험은 존중받아야 하죠. 우리는 모두 존재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일 뿐입니다. (메시지를 보낸) 그분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아마 만둣국 한 그릇을 함께 하면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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