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청산 사법처리 “용두사미”/대법,이창석씨 보석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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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범의없어 보석”은 지나친 관용/「5공비리」 전경환씨만 수감중
전두환 전대통령 처남 이창석피고인(39)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16일 원심판결 파기와 함께 보석을 허가하자 재야 등 일부에서는 5공비리에 대한 엄정한 단죄를 기대하는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공소사실중 극히 일부분에 대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보석까지 허가한 것은 지나친 「관용」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피고인에 대한 보석으로 5공비리 관련 구속자 50여명 가운데 전경환씨를 제외하곤 1,2심 등에서 모두 풀려남으로써 사법절차를 통한 5공청산은 용두사미식이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피고인 구속이후 1,2심을 거치면서 석방과 구속이 되풀이되는 바람에 이 사건은 공소사실에 대한 판결보다는 오히려 신병처리가 더 큰 관심을 끌게됐고 대법원의 보석허가여부가 주목됐었다.
이피고인이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을때 『1억원의 조세포탈만 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하는 다른 사건에 비추어볼 때 탈세액 17억여원 가운데 극히 일부만 무죄를 받았고 더욱이 횡령액 29억원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형평을 잃은 판단』이라며 법조계 내외에서 비판이 많았었다.
그러나 2심재판부가 1심판결을 뒤엎고 실형을 선고하면서 확정판결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법정구속한 판단에 대해서도 『법률적 평가만 달라졌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뒤늦게 구속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은 결국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로 뒤바뀐 부분에 대해 『이피고인에게 탈세의 범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면서 보석을 허가했다.
따라서 1심판결에서 집행유예의 중요한 근거가 됐던 일부 탈세사실 무죄부분이 이번에는 보석허가의 중요한 원인이 된 셈이다.
서울고법은 앞으로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하지만 이피고인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만큼 구속사건과는 달리 심리기간의 제한이 없어 재판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판결이유는 하급심에 대해 기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판은 대법원 판결을 따를 것으로 보이며 결국 양형도 집행유예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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