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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콕 집은 4대 품목…한국이 中 수입의존도 가장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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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공장. [중앙포토]

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공장. [중앙포토]

#1. 지난달 중국 정부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유럽 등 인수 심사 대상 8개국 중 7개국에서 일찌감치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말까지 승인을 미루며 SK하이닉스의 애를 태웠다. 재계에선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미국 견제용’으로 SK하이닉스 인수 건 심사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잇달았다.

#2.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총수들은 최근 잇달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차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차례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출소 후 첫 출장지로 북미행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현지 생산 등 미국에 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역시 2030년까지 미국에 6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낀 신세인데…4대 품목 中 의존도 1위   

정보통신기술(ICT)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이 겪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미·중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다.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핵심 사업이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소재·부품을 수입해 후공정 후 주로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품목별 대중국 수입 의존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품목별 대중국 수입 의존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소재·부품 분야에서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미·일 대(對)중국 수입 의존도 현황과 과제’를 통해 무역 전쟁 발생 이후 한국의 중국 수입의존도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무역 전쟁 이후 한국은 中 의존 더 심화  

2020년 기준으로 대중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26%)이었다. 하지만 소재·부품은 한국이 29.3%로 일본 (28.9%)·미국(12.9%)보다 대중 수입 비중이 컸다. 중간재(2019년 기준) 역시 한국이 27.3%를 기록해 일본(19.8%)·미국 (8.1%)보다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측은 “한·일의 대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이유는 한·중·일 3개국이 중간재 교역을 매개로 경제블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중 패권 갈등 이전과 비교하면 미·일은 의존도가 낮아진 데 비해 한국은 의존도가 점차 높아졌다. 미·중 갈등 이전인 2017년과 비교해 한국은 전체 품목에서의 대중 수입의존도가 3.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0.1%포인트 증가에 그친 데다, 미국이 4.2%포인트 준 것에 비하면 ‘나 홀로’ 상승이다.

대중국 수입 의존도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중국 수입 의존도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여기에 바이든 미 정부가 출범한 직후 공급망 재편을 선언한 4대 핵심 품목(대용량 배터리·반도체·핵심 금속 소재·의약품) 모두에서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39.5%로 일본(18.3%)·미국(6.3%)보다 월등히 높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중국 현지공장에서 반도체 물량의 상당수를 생산한 뒤 한국으로 수입해 후공정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경우도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93.3%에 달했다. 역시 일본(66.1%)·미국(43.4%)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전경련 측은 “국내 전기차 판매 증가로 국내 물량만으로 수요를 맞추지 못해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공장 생산물량을 수입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항생물질(52.7%)과 희토류(52.4%)도 한·미·일 3국 중 대중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EPA=연합뉴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EPA=연합뉴스]

“경제 안보 직결…의존도 줄여야”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를 대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산업 통상을 넘어 경제 안보와 직결된 만큼 한국도 주요 품목에 대해선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 공급망을 다각화하려고 해도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소재·부품을 공급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핵심 품목에 대해 공급을 다각화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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