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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속 5배’ 더 빨라진 북한 미사일…한국 방어망은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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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지난 5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한·미 군 당국은 700㎞ 떨어진 표적에 명중한 이 미사일의 최대속도가 마하 5(시속 6120㎞)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AP=뉴시스]

북한이 지난 5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한·미 군 당국은 700㎞ 떨어진 표적에 명중한 이 미사일의 최대속도가 마하 5(시속 6120㎞)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AP=뉴시스]

북한의 미사일이 날로 매서워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신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성공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는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6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자강도 용림군 도양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호를 처음 발사한 지 99일 만인 이날 2차 시험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떨어뜨릴 요격체계 없어

북한 매체에 따르면 미사일은 700㎞ 떨어진 표적에 명중했다. 극초음속은 마하 5(시속 6120㎞) 이상을 가리키는데, 한·미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의 최대속도가 이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발사된 화성-8형은 최고속도 마하 3 정도로 200여㎞를 날아갔다. 2차 발사에서 속도와 사거리가 늘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이라고 표현했다. 집중 투자로 기술 진보를 이뤘다는 이야기다.

북한 매체의 사진을 1차 발사 때와 비교한 결과 활공체의 날개 폭과 길이가 기존 2.9대 1에서 3.1대 1 정도로 더 길쭉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신형 기동식 재진입체(MARV) 형상과 비슷하다. 신형 활공체 여부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에서 정밀 분석 중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일본은 사거리를 500㎞로 발표했는데, 이는 직선거리로 보인다”며 “요격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상하와 좌우로 200㎞ 회피 기동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화성-8형은 최대사거리 50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탄두부에 달았다. 정점 고도를 지나면 활공체가 미끄러져 비행하면서 물수제비처럼 통통 튀거나 측면 비행할 수 있다. 북한 매체도 ‘다계단 활공 도약 비행’과 ‘측면 기동’을 했다고 전했다.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극초음속 미사일의 요격이 어려운 이유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격체계가 마땅한 게 없다”면서 “요격하더라도 한 번밖에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1년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1년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제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하는 상황이다. 권용수 전 교수는 “중국·러시아는 재래식과 핵탄두를 모두 쓸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도 이를 따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새해 들어 첫 미사일 도발을 한 다음 날, 미국과 일본 외교장관은 통화하며 긴밀한 공조를 논의했지만,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통화하면서 북한의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발사를 규탄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일본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한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두 장관은 또 “미·일 동맹을 현대화하고, 전략적 목표를 조율하며,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미·일 외교장관 “탄도미사일 쐈다” 규탄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6일 “신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고 NHK가 전했다.

이날 통화는 미·일 외교·국방장관 간 ‘2+2’ 화상 회담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2+2’ 회담에서도 북한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평가와 대북 공조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인 5일에 이미 (장관급이 아닌) 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협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 주장에 따르면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는 700㎞로 한국 전역이 사정권이다. 일본보다도 한국에 더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미·일 장관급에서만 이를 논의한 건 다소 뼈아픈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대응에서 일본 의견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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