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갯마을 집집마다 1억 넘게 번다…추울수록 맛있는 이것

중앙일보

입력 2022.01.06 05:01

업데이트 2022.01.06 08:17

전남 장흥 내저 마을의 매생이 양식장. 하늘에서 내려다봤다.

전남 장흥 내저 마을의 매생이 양식장. 하늘에서 내려다봤다.

전남 장흥군 대덕읍 내저 마을. 남도 끄트머리의 이 작은 갯마을은 겨울이 깊어질수록 바쁘다. 겨울 한 철에만 수확하는 매생이 때문이다. 내저 마을은 전국 매생이 마을의 원조 고장이라 할 수 있다. 매생이 양식이 이 마을에서 시작됐다.

2021년 12월 30일 오전 9시 내저 마을에 들었다. 일부러 이 시간에 맞췄다. 매생이는 갯벌에 바닷물이 적당히 찼을 때 수확한다. 매생이 발이 바다에 떠 있어야 건져 올리기 쉬워서다. 한창 물이 빠지는 시간이어서 매생이 길어 올리는 손길이 분주했다.

매생이를 수확하는 모습. 크고 작은 섬이 겹겹이 막아서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매생이를 수확하는 모습. 크고 작은 섬이 겹겹이 막아서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바닷가로 나갔는데 수평선이 안 보였다. 크고 작은 섬들이 먼바다를 막아섰다. 눈앞의 작은 섬은 초완도, 원도, 넙도고 작은 섬들 너머 큰 섬은 고금도와 조약도다. 모두 완도군에 속하는 섬이다. 섬 안쪽에 있어서 바다가 잔잔했다. 큰 물결이 일지 않아 바다에 하늘이 비쳤다. 이 평온하고 얕은 바다에서 매생이를 키운다. 물이 들면 바닷물의 양분을 섭취하고 물이 빠지면 햇볕을 받으며 내저 매생이가 큰다. 내저 마을 매생이 양식장의 면적은 2.8㎢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매생이 발.

하늘에서 내려다본 매생이 발.

물이 빠지면 바다에 잠겨있던 매생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물이 빠지면 바다에 잠겨있던 매생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올겨울은 매생이가 늦네요. 보통 12월 중순이면 매생이를 수확하는데 올해는 12월 18일 첫 수확을 했어요. 크리스마스 지나고서 본격적으로 거뒀고요. 매생이가 다 크면 25㎝에서 30㎝까지 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안 컸네요. 더 추워져야 합니다. 매생이는 추워야 맛이 좋아지거든요.”

내저 마을 이장을 7년 했다는 박준영(65)씨의 설명이다. 매생이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수확한다. 3월이 지나면 색이 누레지고 맛이 떨어진다. 지난겨울 내저 마을에서 수확한 매생이는 790톤에 이른다. 마을 전체 수입은 26억여원. 마을에서 22개 가구가 매생이 농사를 지으니 집마다 1억원 넘게 가져간 꼴이다.

바다에서 매생이를 거둬 오면 깨끗이 씻은 매생이를 아낙들이 한 재기씩 담는다.

바다에서 매생이를 거둬 오면 깨끗이 씻은 매생이를 아낙들이 한 재기씩 담는다.

매생이는 한 올이 머리카락보다 얇다. 실타래처럼 한 재기를 모으면 400g이 된다.

매생이는 한 올이 머리카락보다 얇다. 실타래처럼 한 재기를 모으면 400g이 된다.

내저 마을은 원래 김 양식으로 먹고 살았다. 그 시절 김 양식장의 애물단지가 매생이였다. 양식 김에 매생이가 붙으면 값이 내려갔다. 매생이를 아예 안 먹었던 건 아니다. 조선 시대에는 진상품이었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맛이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나온다. 남도 갯마을에서는 설날 차례상에 매생잇국을 올렸었다. 다만 김처럼 키워서 팔 생각을 못 했던 것뿐이다.

내저 마을이 매생이 양식을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이다. 한두 집이 먼저 매생이를 양식했는데, 생각보다 수입이 괜찮게 나오자 마을 전체가 매생이에 매달렸다. 지금 내저 마을은 김 양식을 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선 외려 수익이 나빠졌다. 바다 건너 완도와 옆 마을 장흥과 고흥에서도 매생이를 양식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주 내저 마을의 매생이 가격은 400g 한 재기에 2500원 정도였다. 한창 잘 나갈 때는 한 재기에 6500원까지 했었다. 송남신 대덕읍장은 “내저 매생이는 다른 지역의 매생이보다 찰기가 있어 찰매생이라고 부른다”며 “찰매생이 상표 등록도 마쳤다”고 말했다.

매생이는 주로 국으로 끓여 먹는다. 굴과 떡을 넣어 끓인 매생이떡국.

매생이는 주로 국으로 끓여 먹는다. 굴과 떡을 넣어 끓인 매생이떡국.

매생이전. 바싹 부치면 미끄렁거리는 특유의 식감이 사라진다.

매생이전. 바싹 부치면 미끄렁거리는 특유의 식감이 사라진다.

매생이는 주로 국으로 먹는다. 굴을 넣고 끓이거나 떡국에 넣고 끓인다. 매생이를 많이 넣은 매생잇국은 국보다 죽에 가깝다. 제철 매생이로 국을 끓이면 끈기가 있어 숟가락으로 잘 안 떠진다. 젓가락으로 집어야 한다. 냉동 매생이는 잘 끊어진다. 국을 끓였을 때 살아나는 연둣빛도 덜하다.

매생이의 명성은 술꾼이 인정한다. 매생이에는 숙취 해소에 좋다는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콩나물보다 세 배 많다고 한다. 무기질과 비타민도 많이 들어있다고 하고, 다른 해조류처럼 혈압에도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매생이는 깨끗한 바다에서만 산다. 가공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바다에서 거둔 매생이를 깨끗이 씻은 뒤 한 재기씩 담는 게 후반 과정의 전부다. 허다한 미식가가 겨울 바다 별미로 매생이를 떠올리는 까닭이다.

장흥 읍내 토요시장에 가면 어지간한 식당에서 매생잇국과 매생이떡국을 판다. 한 그릇에 7000∼8000원이다. 겨울에는 백반에 딸려 나오는 된장국처럼 매생잇국을 그냥 주는 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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