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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2030인데 웬 교복…다리 마비시킨 그들 따라가니

중앙일보

입력

롯데월드 야외 매직 아일랜드의 명물로 통하는 매직캐슬. 지난해 3D 프로젝션 맵핑쇼를 시작한 이후 인생샷 명소로 거듭났다. 시시각각 다채로운 영상이 성벽을 휘감는다. 장진영 기자

롯데월드 야외 매직 아일랜드의 명물로 통하는 매직캐슬. 지난해 3D 프로젝션 맵핑쇼를 시작한 이후 인생샷 명소로 거듭났다. 시시각각 다채로운 영상이 성벽을 휘감는다. 장진영 기자

코로나19는 테마파크의 놀이 문화마저 바꿔놓았다. 롤러코스터 같은 어트랙션이 부동의 인기 상품이었다면, 최근엔 ‘인생샷’ ‘이색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킬러 콘텐트로 떠오르고 있다. 그 시절 놀이공원에서는 ‘누가 더 많은 놀이기구를 탔느냐’하는 문제가 지상 과제였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누가 더 많은 하트를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낯선 이들과 뒤섞여 놀이기구를 타고 함성을 지르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여유를 부리는 쪽에 더 맘이 간다. 올겨울 롯데월드의 변화도 이런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줄 서서 찍는다

매직캐슬을 사진에 담기 가장 좋은 장소는 매직 아일랜드 초입의 오버브릿지 전망대다. 평일에도 30분 이상 줄을 서야 단독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장진영 기자

매직캐슬을 사진에 담기 가장 좋은 장소는 매직 아일랜드 초입의 오버브릿지 전망대다. 평일에도 30분 이상 줄을 서야 단독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요즘 롯데월드에서 가장 핫한 건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이 아니다. 의외로 야외 매직아일랜드 ‘매직캐슬’ 앞에 가장 사람이 많다. 41m 높이 매직캐슬 외벽에 변화무쌍한 영상을 입히는 ‘3D 프로젝션 맵핑(대상물에 영상을 투사하는 기법)’ 쇼 때문이다. 근래 인스타그램에 ‘롯데월드’를 해시태그하는 사진 중 압도적으로 빈도가 높다. 지난해 여름 시작해 어느덧 롯데월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건물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덕에 명소로 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닮은꼴 사례다.

27일 오후 6시 매직캐슬을 사진에 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매직캐슬은 현재 롯데월드에서 가장 핫한 장소다. 백종현 기자

27일 오후 6시 매직캐슬을 사진에 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매직캐슬은 현재 롯데월드에서 가장 핫한 장소다. 백종현 기자

27일 오후 6시 매직캐슬로 이어지는 ‘메인브릿지’는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영하 13도의 추위에도 이른바 ‘교복 놀이’를 즐기는 20~30대가 많이 보였다. 인생 사진 명당으로 통하는 ‘오버브릿지 전망대’ 앞은 외려 ‘신밧드의 모험’ 같은 놀이기구보다 줄이 길었다. 석촌호수 건너편 산책로에도 성을 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보였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본래 간헐적인 공연이었으나, 지난 10일부터는 매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내내 영상을 쏘고 있다”며 “올겨울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고 전했다.

빙판 줄이고, 휴식 공간 늘리고

아이스가든으로 리뉴얼한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장진영 기자

아이스가든으로 리뉴얼한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장진영 기자

1989년 개관, 당시 서울 유일의 실내 빙상장, 러시아 볼쇼이 아이스쇼 내한 공연 무대, 피겨 여왕 김연아의 10대 시절 훈련 장소….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의 간략한 내력이다. 연간 약 24만명이 들었던 아이스링크도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입장객이 70% 가까이 빠지자 결단이 필요했다. 32년 만에 새 단장에 나섰다.

6개월간 공사를 마친 아이스링크가 24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핵심은 휴식과 힐링이다. 되레 얼음판을 1752㎡(약 530평, 기존 630평) 규모로 줄이는 대신 주변을 정원 형태로 꾸미고 좌석을 200석까지 늘렸다. 빙상장에 딸린 대기석이 아니라 아이스링크를 품은 거대한 카페 같은 분위기다.

새해부터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LED 스케이트를 빌려 탈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새해부터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LED 스케이트를 빌려 탈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아이스링크 직원들은 오후 5시 30분에서 6시가 가장 ‘사진발’ 잘 받는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장 유리 돔을 통해 내려오는 어스름한 달빛과 새로 설치한 야간 조명이 얼음판을 화려히 감싸는 시간이다. 새해부터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LED 스케이트(대여료 1만원)를 타며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50년대 서울에 반한 MZ세대

한영수 작가의 사진이 설치된 서울스카이 스카이데크(118층)에서 점프샷을 찍는 관람객들. 우상조 기자

한영수 작가의 사진이 설치된 서울스카이 스카이데크(118층)에서 점프샷을 찍는 관람객들. 우상조 기자

롯데월드타워서울스카이도 볼거리, 놀 거리를 늘렸다. 지하 1~2층에 전시장을 마련한 것이 큰 변화다. 현재는 1세대 광고사진가 한영수 작가의 전시 ‘시간, 하늘에 그리다(2월 6일까지)’가 한창이다. 1950~60년대 서울의 모습을 포착한 70여 점의 사진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지하와 지상을 경계로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셈이다.

해방 후 서울을 담은 흑백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다. 사진 속 50~60년대 서울 거리를 옮겨 놓은 듯한 미디어 터널을 비롯해 그림자놀이 체험존, 포토존 등으로 구성돼 있다.

118층 창가는 관람객 누구나 기념사진을 남기고 가는 장소다. 유리 바닥이 깔린 스카이데크 창가에 ‘1956년 뚝섬 물놀이’ 사진이 극장 스크린만 한 크기(높이 약 5m)로 설치돼 있다. 작품 앞에 서면 발아래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작품 앞에서 점프 샷을 찍거나, 교복 차림으로 ‘레트로 놀이’를 즐기는 MZ세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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