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에르메스…명품브랜드 올해도 가격 인상 릴레이

1일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주요 제품 가격을 8~16% 인상한 데 이어 4일 프랑스 에르메스도 가방과 신발·액세서리 가격을 3~10% 올렸다. 벨기에 브랜드 ‘델보’도 이달 12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디올·티파니도 이달 인상설이 돈다.

새해 초부터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 스틸 모델은 1142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13% 올랐다. 예물 시계로 인기 높은 데이저스트 36㎜ 오이스터스틸과 옐로우 골드 모델은 1421만원에서 1532만원으로 8% 비싸졌다. 1000만원 내외의 일명 ‘엔트리 모델(입문 제품)’, 인기 모델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에르메스는 4일 가방과 신발, 실크 액세서리, 가죽 소품 등 대부분의 품목을 3~10% 인상했다. 가방 중 인기 품목으로 꼽히는 ‘가든파티’ 36사이즈는 기존 482만원에서 498만원으로 3.3%, ‘피코탄’ 18사이즈는 기존 354만원에서 377만원으로 6.4% 올랐다.

지난달 17일 가방류의 가격을 5~10% 인상한 ‘프라다’는 지난해에만 6차례 가격을 올렸다. 프랑스 ‘샤넬’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대대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1월의 소폭 조정까지 더하면 총 세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 브랜드는 가격 인상에 대해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 ▶환율 변동 ▶원자재값과 물류비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패션 전문매체 BOF(비즈니스 오브 패션)는 “럭셔리 브랜드 대부분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구조로 가격 조정이나 판매량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전체 판매 수익이 악화하자 가격 조정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럭셔리 브랜드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럭셔리 브랜드 제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1억 6500만 달러(한화 15조 88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6% 성장한 수치로 세계 7위 규모다.

가격이 계속 오르지만, 수요는 여전히 넘친다. 인상설이 나돌면 매장의 대기 줄이 더 길어질 정도다. 일부 매장에서는 오르기 전에 일단 결제하고 보자는 ‘완불 웨이팅(대기)’까지 나온다. 언제 오를지 모르니 물건이 없는 데도 일단 결제한 뒤 3~4개월 후 제품을 받는 식이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명품 가격 정보가 시시각각 공유되고 빠르게 전파되는 국내 시장 특성이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부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