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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세계 최초' 자랑했는데…인앱결제 방지법 실효성 논란, 왜

중앙일보

입력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 셔터스톡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 셔터스톡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세계 최초의 입법 규제.’

정부·여당이입법 성과로 꼽는 인앱결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환호 속에 시행됐던 법에 국내 앱 개발사들과 창작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이 법은 지난해 8월말 국회 통과 후 보름만에 시행됐다.

무슨 일이야

지난 4일 한국웹툰산업협회가 주최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에선 국내 창작자 단체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법 시행 후에도 앱 개발사나 창작자들의 수익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요지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니.

① 이름만 방지법? : 구글은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수단(외부결제)을 허용하되, 인앱결제 수수료 10~30%와 비슷한 6~26%의 수수료를 매기는 정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앱결제 수수료(30%)엔 2.7% 내지 10%의 결제대행사 수수료가 포함돼 있지만, 외부결제 수수료에선 결제대행 수수료가 빠져 있다”며 “외부결제를 택하면 개발사가 부담할 총 수수료는 더 늘어, 결국 인앱결제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개정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구글은 우회전략으로 법안 무력화를 시도하고, 애플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실효성이 뒷받침된 강력한 시행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② 살림살이 안 나아졌어요 : ‘애플처럼 동영상(OTT)·웹툰·음원 등 콘텐트 앱도 수수료 30%를 받겠다’는 구글의 기존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외부 결제든, 인앱결제든 개발사·창작자 입장에선 없던 수수료가 새로 생겼다. 그만큼 소비자 가격이 오르거나, 작가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창작자 단체의 주장이다. 손병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은 "플랫폼이나 CP사에 비해 힘이 없는 개인 창작자가 고스란히 수수료 인상에 따른 피해(수익 감소)를 떠안게 될 것"이라며 "매출 양극화가 심한 환경에서 중하위권 작가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승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벤처창업학회장)는 “법이 통과되면 (앱 개발사와 창작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것이라는 입법 취지가 무력화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웹툰산업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카드뉴스. 사진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카드뉴스. 사진 한국웹툰산업협회

구글·애플은 뭐래

“법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인앱결제 방지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제50조1항)’한다. 요컨대 앱마켓이 자사 결제시스템을 강요하지만 않으면 된다. 구글은 외부결제를 허용했으니 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현재 자사 정책이 인앱결제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지난해 8월 외부결제 수단의 ‘홍보’를 허용해줬다는 것이 근거.

구글·애플은 왜 그런대

● 명분: 양사는 앱마켓 수수료가 “앱마켓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앱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수익 모델”이라고 말한다. 앱 개발사들이 구글·애플을 통해 전세계 이용자 수십억 명을 손쉽게 만나는 데 대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

● 실리: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과 구글의 앱마켓 연간 거래액은 각각 920억 달러(약 111조원)와 500억 달러(약 60조원) 정도다. 수수료율 30%를 토대로 추산하면 애플은 인앱결제 수수료로 지난해 약 276억 달러(약 34조원)를 벌었다. 디지털 콘텐트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양사의 2025년 예상 매출은 각각 1850억 달러, 85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

애플과 구글의 예상 앱마켓 연매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애플과 구글의 예상 앱마켓 연매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안은 없나

대안의 정석은, 글로벌 빅테크 2곳이 독식하는 앱 유통 시장에 경쟁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앱마켓 자체의 경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구글·애플·원스토어 외에 새로운 앱마켓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답은 나와 있지만, 문제는 실행 방안이다. 이 교수는 “앱마켓 사업자가 결제수단에 대한 이용대가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어느 결제수단이 저렴한지만 정확하게 공개돼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 이행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승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영식 한국웹툰산업협회 자문위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원장), 손병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곽정민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정민 기자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 이행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승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영식 한국웹툰산업협회 자문위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원장), 손병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곽정민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정민 기자

앞으로는

사실상 우회가 가능한 현행법을, 시행령으로 보완해야 하는 방통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방통위는 오는 3월 15일부터 시행될 하위 법령(시행령·고지)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행령 초안에서 방통위는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강제행위 발견 시엔 매출액의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구글과는 수수료 정책의 시장효과 등에 대해 논의 중이고, 애플도 하위 법령 개정안이 나오는대로 이행 계획을 새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 알면 좋은 것

구글·애플이 모바일 경제를 독식하게 놔둘 것인가. 이 문제는 전세계 규제 당국의 관심사다. 지난달 네덜란드 소비자시장당국은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애플에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의회가 사용자 5000만명 이상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앱마켓법'을 발의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EU도 공정한 앱마켓 조성을 위한 입법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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