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겁났지만 싸워야했다” 구글·애플에 맞선 이 남자 명분

중앙일보

입력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매우 두려웠다. 그래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팀 스위니(50) 에픽게임즈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가 창업한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글로벌 앱 마켓 시장 90% 이상을 점유한 애플·구글을 상대로 지난해 8월 미국 법원에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냈다. 이 회사의 게임(포트나이트) 사용자들에게 애플·구글의 인앱결제 대신 에픽게임즈의 자체 결제수단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양대 앱 마켓에서 퇴출당하자 소송전에 돌입했다. 그가 반(反) 인앱결제 전사로 거듭난 순간.

이날 스위니 대표는 “애플·구글은 개발사와 이용자 사이를 차단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 (소송을 내기가) 두려웠다”며 “그래도 장기적으론 좀 더 안전한 환경으로 나가려면 당장의 리스크를 감내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소송 전까지 에픽게임즈는 게임 제작 도구 ‘언리얼 엔진’을 만든 회사로 더 유명했다. 이용자 3억 5000만명에 달하는 1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선두주자이기도. 텐센트·소니·월트디즈니 등이 에픽게임즈의 주요 주주다. 지난 4월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87억 달러(약 33조원).

에픽게임즈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에픽게임즈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는 이날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회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앱공정성연대(CFA)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다. 스위니 대표는 지난 8월말 한국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되자 "나는 한국인이다"는 트윗을 날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조승래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이 법은 디지털 경제와 모바일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세미나 이후 별도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대 앱 마켓에서 퇴출된 후, 포트나이트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
“전체 게임 이용자의 10%가 애플 iOS에서 유입됐는데, 이들이 우리 게임을 못 하게 됐다. 신규 이용자를 유치할 수도 없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앱 설치가 어려워져 불편을 겪고 있다.”
앱 마켓 결제 수수료 얼마가 적당하다 보나.
“애플과 구글은 소비자 결제액의 30%라는, 높은 수수료를 떼어간다.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에 어떤 기업이 그만큼의 수수료를 요구하나. 물론 모든 스토어는 결제처리 회사가 원하는 만큼 수수료를 책정할 수는 있다. 중요한 건 경쟁이다. 그런데 이곳(앱 마켓)에는 경쟁 대신 독점이 있다. 경쟁을 해야 수수료가 낮아진다. 페이팔과 비자, 마스터카드의 결제 수수료는 3~4%다.”
앱을 글로벌 출시하는 데 앱 마켓 도움을 받고 있지 않나.
“(단호하게) 없다. 스토어가 소비자에 대한 개발자의 접근성을 높여주긴 했다. 그런데 스토어는 스토어여야 하고 결제는 결제여야 한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이걸 모두 묶어서 패키지로 비싸게 제공해선 안 된다. 애플은 스토어에서 자기들 것(결제)만 쓰게 하고 구글은 자기 걸 안 쓰면 (개발사에) 불리한 정책을 적용한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열린 애플 반독점 금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열린 애플 반독점 금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애플이 앱 내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반(反) 경쟁적 행위”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애플이 독점 기업에 해당하는지 등 다른 9개 쟁점에선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스위니 대표는 트위터에 “더 싸우겠다”는 글을 올렸다.

어떻게 더 싸울 계획인가.  
“현재 항소해 소송은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법원이 반독점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디지털 산업에서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법이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소심에서 이를 적극 주장할 것이다. 현재 애플·구글은 150년 전 반독점법 제정 계기를 만든 철도회사처럼 행동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개발사 자체 결제수단을 허용하고, 수수료율을 30%에서 26%로 낮췄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수수료 26%를 가져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0%여야 한다. 애플·구글은 개발자와 소비자가 직접 의사소통하지 못하게 막고 앱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개발사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원래 가격에 30%를 더 붙여야 한다. 디지털 경제 자체가 생존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 문제 해결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이 친근하다. 1999년쯤 처음 방문했는데 매우 활기차고 창의적이었다. 한국의 게임 기업을 보면서 역량이 훌륭하다 생각했다.”
포트나이트는 영화 듄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사진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는 영화 듄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사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임에서 유명 가수들이 콘서트를 열고 BTS가 뮤직비디오(다이너마이트)를 최초로 공개하며, 페라리의 신차 시승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 등과 함께 현 시점 메타버스에 가장 근접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위니 대표는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기 전 앱 마켓 독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를 어떻게 정의하나.
“메타버스는 3차원(D)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다. 3D 가상공간에서 친구도 만나고 대화하고 사회적 활동도 하고 놀 수도 있는 그런 플랫폼이다. 메타버스는 하나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어린이를 위한 메타버스, 일반 대중을 위한 메타버스, 완전 성인을 위한 메타버스 등. 이용자는 다양한 곳을 넘나들며 즐길 수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 공간인가.
“그렇다. 다양한 공간에 자신의 온라인 정체성을 만들고 활동하는 세상이 메타버스다. 단, 메타버스는 어느 기업 한 곳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백만 크리에이터와 개발자가 같이 만드는 것이다.”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로 진화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새로운 창작자들이 우리의 도구를 이용해 경험을 창조하고 그걸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터넷 다음은 정말 메타버스 시대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100% 수준으로 개발되려면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 상태는 1995년 인터넷 같은 수준이다.”  
메타버스 전에 애플·구글 독과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이 참여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오픈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 애플·구글은 이미 자체 규제 정책이 아주 많고 이는 메타버스와 충돌한다. 그들은 메타버스를 100% 제어할 수 있거나 그 수익 100%를 차지하는 걸 원한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인터뷰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스위니 대표에게 애플·구글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확신하냐고 물었다. 1991년 창업해 30년간 게임으로 가상 세계를 만들어온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꼭 승리할 것"이라고.

개발자가 승리를 거머쥘 것이고 꼭 그래야 한다. 안 그러면 애플·구글의 힘이 계속 강해지고 메타버스 세계에서 우리는 더 많은 수수료를 그들에게 내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바꾸든, 법으로 강제하든 시장 내 경쟁이 활발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독점이 지속되면 미래는 암울하다.”

.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