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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찍기" 논란 미접종 식당 지도...개발자는 공대생 '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았으면 했다.”
최근 화제가 된 ‘미접종 식당 지도’를 만든 공대생의 바람은 소박했다. 이 지도는 백신 미접종자들이 입장을 거부당한 식당을 알 수 있는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이에 미접종자들 사이에선 환영의 반응이, 식당 업주은 ‘좌표찍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개발자는 “미접종자들과 식당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백신 미접종 공대생이 개발…“편의 제공하려고”

홈페이지 개발자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4학년 학생이자 고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익명을 요청한 그는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처음 열었고, 현재 기숙사에서 홈페이지를 혼자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미접종자 식당 지도를 만든 계기에 대해 그는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 뉴스를 통해 많은 미접종자들이 식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식당 주인과 미접종자 간에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미접종자들도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식당에 헛걸음하지 않도록 편의 제공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고다는 자신도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히며 쏟아지는 관심에 당황스럽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접종 식당 지도. 친절 식당, 거부식당, 궁금식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접종 식당 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접종 식당 지도. 친절 식당, 거부식당, 궁금식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접종 식당 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응원한다” vs “좌표찍기” 논란도

‘미접종 식당 가이드’는 ‘친절 식당’, ‘거부 식당’, ‘궁금 식당’으로 분류해 지도에서 주소와 상호를 보여준다. 미접종자를 받아주지 않으면 거부 식당, 반대의 경우 친절 식당이다. 확인을 요청한 식당이 궁금식당이다. 현재 네티즌들은 익명으로 누구나 등록할 수 있게 돼 있다.

고다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홈페이지 개설 5일째인 이날 오후 2시까지 누적 방문자는 5만9941명, 조회수는 60만7483건에 달한다. 첫날 400여개였던 식당은 이날 기준 2400여개로 늘었다. 처음에는 미접종 거부 식당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식당들을 정리해 60여개만 그가 등록하고, 나머지는 이용자들이 올렸다고 한다.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했는데, 식당 등록이 급증하면서 사실상 확인이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폭발적인 관심 때문에 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날 오후 한 네티즌은 이 홈페이지에 “미접종거부 식당으로 올라온 음식점이다. 저는 단연코 미접종자분들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이 사이트를 다 믿지 마시고 전화를 해보고 물어봐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업자들 진짜 간사하다. 미접종 거부해 놓고 가이드에 올라오니 거부 식당 아니라고 말 바꾼다”고 비판했다.

30일 미접종 식당 가이드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미접종 거부 식당으로 올라왔으나, 단연코 미접종자분들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접종식당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30일 미접종 식당 가이드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미접종 거부 식당으로 올라왔으나, 단연코 미접종자분들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접종식당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피해 논란에는 “죄송한 마음, 개선해서 계속 운영”

‘좌표찍기’ 논란에 대해 고다는 “친절 식당은 정부의 방역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수준 그 이상을 바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지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본다”면서도 “거부 식당을 미워하는 게 전혀 아니다. 정보 공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였는데 피해가 됐다면 죄송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잘못된 정보로 식당 업주에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그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며 “삭제 요청이나 항의하는 연락을 받아 가입을 하신 분들에 한해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삭제 요청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했다. 가장 염려되는 건 잘못된 정보로 피해보는 식당이 나오는 것이며, 이용자·업주들의 생각을 들어볼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고다씨가 지난 26일 SNS에 올린 포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고다씨가 지난 26일 SNS에 올린 포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 거부를 자제해줄 것을 자영업자들에게 당부했다. 현 방역 수칙에 따르면 미접종자의 경우 식당에서 혼자 식사할 수 있고, PCR 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되면 접종자와 함께 식사가 가능하다.

그는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옹호 의견을 내고 싶지 않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개발한 서비스가 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요건이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최대한 이를 해소하는 쪽으로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홈페이지는 여건이 되는 한 계속 운영할 것이다.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시면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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