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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돈 룩 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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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돈 룩 업’은 오직 애덤 맥케이만 만들 수 있는 재난 영화다. ‘빅 쇼트’(2015)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의 월 스트리트를 재치 넘치는 구성의 블랙 코미디로 엮어낸 그는 ‘돈 룩 업’에서 지구 멸망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여기서 그는 ‘딥 임팩트’(1998)나 ‘아마겟돈’(1998)의 길을 걷지 않는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백악관과 미디어다. ‘재난 풍자극’이라고 할까? 그는 무너지고 있는 세상을 신랄한 유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천문학과 교수인 민디 박사(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대학원생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한다. 몇 달 후면 멸망할 지구. 그들은 백악관에 사실을 알리고 토크쇼에 나가 경고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대통령(메릴 스트리프)은 재난을 정치에 이용하려 하고, 방송과 SNS는 미쳐 돌아가며, 여기에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본가가 가세한다. 영화는 극도의 카오스를 통해 망해가는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결국 인류는 멸종 위기를 맞는다.

돈 룩 업

돈 룩 업

이때 민디의 집에서 ‘최후의 만찬’이 열리고 디비아스키의 연인 율(티모시 샬라메)이 기도를 한다. “오만한 저희가 은총을 구하나이다. 의심 많은 저희를 용서하소서. 또한 주여, 이 어두운 시기를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무엇이 다가오든 당신의 담대함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감독이 전하는 간구의 메시지이자, 팬데믹 시대에 새겨야 할 기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