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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군의관 대신 특전사 간 의사…마지막 휴가 반납후 간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육군 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의 최우재(27) 병장은 전역 전 휴가 20일을 부대에 반납하고 1일부터 충남 아산의 제8 중앙 생활치료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최우재 병장이 제8 중앙 생활치료센터에서 직원 PCR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전사

육군특수전사령부 최우재 병장이 제8 중앙 생활치료센터에서 직원 PCR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전사

그런데, 생활치료센터에서 최 병장의 일은 단순 업무가 아니다. 문진ㆍPCR 검사는 물론 전원(轉院) 결정(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보내는 결정), 각종 처방이나 비대면 진료까지 맡았다. 그가 의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병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신분으로서 지난해 7월 입대했다.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를 갈 기회를 마다하고, 병사로, 그것도 특전병으로 자원한 경우다. 특전병은 특전사에서 전투지원ㆍ행정보조 임무를 맡은 병사로, 따로 뽑는다.

그는 특전사 지원 동기에 대해 “의사라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익숙한 일상과 환경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며 “특전사에서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강인한 몸과 정신을 키우고 싶었다. 또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이 경험하는 삶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군 대령으로 전역한 할아버지의 군복 사진을 보면서 군에 대한 동경도 꿈꿨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사관학교 진학을 심각하게 고민했던 그다.

최 병장은 논산 훈련소에서 종합 우수 표창을 받았다. 사격ㆍ체력ㆍ정신훈련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훈련병이 받는 표창이다. 자대에 배치된 뒤 경비소대나 인사참모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18개월 동안 머리로는 절대 알 수 없고, 직접 겪어야만 깨닫는 것들을 많이 배웠다”면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특전사 간부들이 젊은 후배들에게 뒤처질 수 없다며 매일 새벽 5~6시 연병장을 뛰는 모습이 그 하나”라고 말했다. 또 “군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도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최우재 병장 특전사

육군특수전사령부 최우재 병장 특전사

최 병장은 군 복무 중이던 지난해 10월 미국 의사고시(USMLE)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지휘관의 배려 아래 일과 후 시간과 주말에 부지런히 공부한 덕분이었다.

최 병장은 다음 달 5일 전역한 뒤 입대 전까지 기간제 의사로서 근무했던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돌아간다. 이번에 마지막 휴가를 포기하고 방역현장으로 돌아간 이유도 “마음먹었던 계획을 좀 더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최 병장의 꿈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 사회로부터 받았던 수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것’이란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그리고, 보건학자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는 “부모님께선 ‘열심히 살지 않으면 죄악’이라고 늘 강조하셨다”며 “내 재능을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진로를 모색했고, 그래서 보건학자가 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 보건대학원 2곳에 입학 지원서를 냈고, 합격한다면 내년 가을 미국으로 유학 갈 예정이다. 그는 “국제 보건교류를 통해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려 외교적 입지를 높이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최우재 병장 특전사

육군특수전사령부 최우재 병장 특전사

똑 부러지는 MZ 세대인 최 병장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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