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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이 파티 버젓이 즐겼다…'방역위반' 알고도 못막는 꼼수

중앙일보

입력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의 객실에서 나온 쓰레기들. 케이크, 와인 박스 등이 눈에 띈다. 이수민 기자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의 객실에서 나온 쓰레기들. 케이크, 와인 박스 등이 눈에 띈다. 이수민 기자

“호텔 엘리베이터 줄 기다리는데 너무 바글바글해서 회사 점심시간인 줄 알았어요.”

이달 초 친구들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송년회를 가진 이모(25)씨는 호텔 1층 로비에 모여든 인파에 깜짝 놀랐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투숙객과 배달 기사들이 뒤섞여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어서다. 호텔 엘리베이터 줄이 길어 객실로 올라가는 데도 한참 걸렸다고 한다. 이씨는 “거리두기로 인해 밖에서는 놀지 못하고 결국 호텔 같은 실내로 다 들어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사적모임 최대인원을 4인으로 제한하는 등 방역수칙이 강화됐지만 이를 피해 숙박시설에서 연말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일명 ‘방역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18일 윤모(25)씨는 고교 동창 6명과 호텔 객실 2개를 예약해 3명씩 나눠 들어갔지만 한 방에 모여 파티를 했다. 윤씨는 “호텔 측에서 따로 확인은 안 하더라. 방안에서 노는데 일일이 검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24일 에어비앤비를 예약한 김모(25)씨 역시 “8명이 1년에 딱 한 번 갖는 모임인데 밖에서는 시간제한, 인원제한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며 “우리끼리 모여서 노는 게 오히려 안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SNS에 ‘#연말파티’를 검색해보면 최근 실내를 파티용품으로 장식하고 모임을 즐긴 이들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윤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글자풍선, 장식용 풍선, 은박 커튼 등을 세트로 시켜 호텔 방을 꾸미고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 등 객실을 예약해 파티를 즐기는 ‘룸 파티족’이 늘면서 관련 파티용품 판매량도 증가했다. 이벤트 풍선 전문업체 벌룬이펙트의 강미인(33) 대표는 “코로나 이후 대형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며 손실이 컸는데 연말엔 소규모로 주문하시는 분들이 증가해 매출이 어느 정도 보전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파티용품을 판매하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 풍선의 인기로 '주문폭주' 중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 캡처

파티용품을 판매하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 풍선의 인기로 '주문폭주' 중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 캡처

“방 쪼개기, 알아도 제지 못 해”

현장에서는 ‘방 쪼개기’ 등 꼼수를 쓰는 투숙객을 일일이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이 방역패스를 적용하진 않아도 4인 이상 모임은 똑같이 제한하고 있다”며 “체크인할 때 인원제한 안내는 하지만 몰래 오시는 분들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CTV로 여러 손님이 단체로 들어가는 걸 종종 보게 되지만, 그렇다고 추궁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난처하다”며 “다른 투숙객이 발견 후 말씀해주시면 찾아가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객실을 파티룸으로 이용하는 투숙객이 늘자 청소 시간과 쓰레기 배출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 직원 A씨는 “최근엔 청소하러 들어가면 객실 10개 중 4개는 파티룸”이라며 “창문에 붙여 놓은 장식과 풍선을 떼고, 배달음식 쓰레기를 치우면 객실 하나에 청소시간이 50분씩 걸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 객실 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 안에는 파티 장식, 고깔모자, 케이크 상자가 뒤섞여 있었다.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의 앞의 쓰레기봉투에 객실 장식용으로 쓰인 풍선, 고깔 등이 들어있다. 이수민 기자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의 앞의 쓰레기봉투에 객실 장식용으로 쓰인 풍선, 고깔 등이 들어있다. 이수민 기자

호텔과 희비 엇갈린 ‘파티룸’  

숙박업계가 연말연시 대목과 방역 풍선효과로 호황을 겪는 반면, 파티룸 등 공간대여업계는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거리두기가 강화된 18일 이후 파티룸을 운영하는 공간대여업 사업자들은 ‘연말 예약 취소 대란’을 겪었다. 서울 홍대입구와 인천 등에서 파티룸 공간을 운영하는 김두일씨는 "연말 예약의 70%가 취소됐다"며 하소연했다. 파티룸은 한 해 매출의 30~40%가 연말에 집중돼 있다.

호텔과 달리 파티룸에만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데 대해 형평성이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조지현 전국공간대여업 대표는 “호텔ㆍ모텔은 방역패스에서 제외하고 공간이용동의서까지 받는 공간대여업에는 적용되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며 “안전한 모임을 위해 예약한 단독 공간을 이렇게 규제하면 다른 다중이용시설로 사람들을 몰아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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