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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대출 시장, 대출 문은 일단 넓어지지만 문턱은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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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닫혔던 은행의 대출 문이 새해를 맞아 다시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금리마저 올라서다.

내년 대출총량 규제 한도가 재설정되며 대출 재개를 준비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뉴스1

내년 대출총량 규제 한도가 재설정되며 대출 재개를 준비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뉴스1

올해 하반기 총량 규제로 막혔던 대출은 속속 재개된다.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치가 내년 1월 1일 자로 재설정되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내년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정상화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주담대 판매를 중단한 뒤 이번 달 무주택자 대상 주담대 판매만 재개했다. 농협은 신용대출 한도도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다시 늘린다.

SC제일은행도 내년 대출 재개에 앞서 지난 20일부터 사전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0월 말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토스뱅크도 다음 달 1일 신규 신용대출을 재개한다. 토스뱅크는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 5000억원을 소진해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도 내년 초 비대면 주담대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낮췄던 우대금리를 다시 높이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과 4개 주담대의 우대금리를 최대 0.6%포인트 올린다. 신용대출인 주거래직장인대출과 WON하는 직장인대출 등 신용대출 우대금리는 0.3%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상향 조정된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 및 우대 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중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 및 우대 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우리은행이 우대금리를 높이며 나머지 시중 은행들도 우대금리 복원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에 대출 시장에서 우위를 빼앗기면 연말로 갈수록 만회하기 힘든 만큼 각 은행도 우대금리 복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다음달 3일부터 전세 보증 가입을 위한 보증금 요건을 수도권 기준 5억원(지방 3억원)에서 7억원(지방 5억원)으로 상향한다. 다만 주금공 보증을 받아 대출 받을 수 있는 전세금의 최대한도는 최대 2억원(임차보증금의 80% 이내)으로 유지된다. 주금공 보증을 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11월 기준 평균 금리 연 3.3%)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5~4.3% 수준이다.

대출 문은 일단 넓어졌지만, 문턱은 높아진다.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며 소득이 적거나 다른 대출이 있는 대출자는 한도가 줄 수 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은 5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내년 1월부터는 총 가계대출이 2억원을 초과할 때,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할 때 DSR 규제가 적용된다. 은행권에서는 DSR 규제 강화로 인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한 번에 받아 자산에 투자하는 ‘영끌’ 투자 등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류도 대출자에게는 부담이다. 한은은 지난 24일 발표한 '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내년 기준금리는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확인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신용대출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6개월물이나 1년물 등 단기물 금리에 빨리 반영된다.

예금금리도 오르며 변동금리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오르고 있다.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55%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2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DSR 규제 적용 대상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금융위원회]

DSR 규제 적용 대상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금융위원회]

좁아졌던 대출 문이 새해에 열리긴 하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좁아질 수 있다.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4~5%대)가 올해 목표치(6.99%)보다 낮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연말 총량 관리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이 내년부터 총량 관리에 다시 포함된다. 특히 내년 8월부터 임대차 3법에 따른 갱신 계약이 끝나는 만큼 전세대출 수요가 폭증할 수 있는 만큼 갱신계약 만료 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주기 위한 추가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1월 기준 6억3244만원으로, 지난해 8월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가구가 첫 전세계약을 맺었을 시점인 2018년 8월(4억3419만원)과 비교하면 1억9000여만원이 올랐다.

금융당국은 올해와 같은 대출 중단 사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대출 증가액으로는 총량 관리 목표치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한 데다, DSR 규제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분기 단위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만큼, 올해 연말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내년 대선 이후 금융당국의 규제 기류 변화가 있을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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