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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스타 대이동, 2022 스토브리그가 전한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NC 다이노스행을 선택한 손아섭. [사진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행을 선택한 손아섭. [사진 NC 다이노스]

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1999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도입됐다.

'해태 타이거즈(현재 KIA) 왕조' 주축이었던 이강철 현 KT 위즈 감독은 삼성으로 이적(기간 3년, 총액 8억원)하며 역대 처음으로 외부 FA 계약에 사인한 선수로 남았다.

이강철 감독은 입단한 팀을 떠나는 심경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독이 된 후에도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 FA 자격을 얻은 팀 포수 장성우에게 "더 좋은 조건을 받고 떠나더라도, 동료들을 배신하는 게 아니다"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스토브리그 특이점은 오랜 시간 몸담은 팀을 떠난 선수가 많다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주전 중견수였던 박해민은 LG 트윈스와 기간 4년, 총액 60억원에 계약했다. 신호탄이었다. 두산 베어스 간판타자 박건우는 NC 다이노스행(기간 6년·총액 100억원), NC 다이노스를 강팀으로 이끈 창단 멤버 나성범은 23일 역대 최고액(150억원·6년 기준)을 받고 KIA 타이거즈와 계약했다.

그리고 24일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15시즌(2007~21) 동안 뛰었던 손아섭의 NC행이 발표됐다. 기간 4년, 총액은 64억원이다. 이 소식은 롯데팬에 충격을 안겼다. NC는 롯데의 지역 라이벌이다.

원소속팀을 떠난 선수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그동안 성원해준 팬을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손아섭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적한 선수의 선택을 "돈만 좇는다"라며 깎아내릴 순 없다. FA 계약은 비즈니스 논리로 좌우된다. 그리고 몸값은 선수 가치를 대변한다.
선수는 경쟁 무대를 꼭 그라운드 위로 한정하지 않는다. 간판급 선수는 팀 안에서도 최고 대우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한다. 투·타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외부 제안보다 내부 제안이 크게 적으면, 심경은 더 복잡해진다. 10년 넘게 몸담은 원소속팀을 떠난 한 선수는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오로지 몸값을 기준으로 거취를 결정하는 선수도 많다. 단지 다른 지역에서 뛰고 싶다며 떠난 선수도 있다. FA 계약에서 '도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구단도 팬심(心)이 요동칠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냉정한 결정을 내린다.

이번 스토브리그가 남긴 메시지는 있다.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선수는 없다는 것. 깜짝 놀랄만한 이적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 이유로 '프랜차이즈 선수' '원클럽맨'이라는 타이틀을 지키려는 선수, 지켜낸 선수는 조금 더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실력, 인기를 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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