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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유족, "윗선 사라지고 실무자에 책임 덮어씌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쯤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공사 직원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뉴스1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쯤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공사 직원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뉴스1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55)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의 동생 김모씨는 22일 “형의 억울함과 이렇게밖에 안 된 이 현실, 정권, 이 나라 다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자신의 형인 김 처장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의 심경을 밝혔다. 김 처장이 사망한 원인과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이) 실무자에게만 압력을 가해 본인이 감당하지 못한 듯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처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모사업 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배경을 놓고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숨진 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이후 두 번째다.

윗선·몸통은 놔두고…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사업1처장의 동생이 22일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사업1처장의 동생이 22일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김씨는 현재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처장이 수사기관의 조사로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이 걸음을 못 걸을 정도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았다”면서 “형은 ‘너무 힘들다. 유한기 그분도 왜 돌아가셨겠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두 군데, 경찰, 감사(성도공 감사실)까지 네 군데에서 조사를 받았다.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고도 했다.

김씨는 또 “수사기관이 개인 하나를 이렇게 조사할 수 있느냐”면서 “(형은) 실무적인 일밖에 한 것이 없는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한 것처럼 과대하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 느꼈다. 정작 수사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정권 없는 실무자에 대해서만 조사와 강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전날 김 처장의 형도 언론 인터뷰에서 “결국은 몸통은 놔두고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김 처장이 내부에서 (수사 등으로) 힘들어했다. 수사가 중반으로 가면서 기소에 대해 걱정을 했다. 변호사와 수사에 대해 대비하기도 했다. 숨지기 전날(20일) 정민용 변호사가 기소됐는데, 그런 부분도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도시공사에선 징계 통보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경. 김서원 기자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경. 김서원 기자

김 처장은 공사에서 퇴사한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9월 대장동 사업 관련 비공개 내부 자료를 열람한 일과 관련해 감사를 받았으며 중징계와 형사 고발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는 게 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징계와 관련해서 인사위원회가 열리니 본인이 소명하라는 ‘징계의결 요구서’가 21일 오전 11시에 본인에게 통보된 것으로 안다”면서 “공사 법무에선 고발을 검토하는 단계였다. 김 처장도 고발 검토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징계의결 요구서가 전달되면 2주 이내에 인사위원회가 열려 징계 여부를 의결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당일 회사의 중징계 통보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공사에서 대장동으로 인해 손해를 받은 경우 형사고발 조치와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고 했다. 형이 회사가 고발조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핸드폰 디지털 포렌식 예정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고 김 처장 핸드폰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검은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변사 사건에서는 유족이 동의하거나 요청하면 디지털 포렌식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변사 사건에 대한 자료만 추출될지, ‘윗선’의 배임 혐의 등과 관련한 자료를 검찰이 영장을 통해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김 처장의 유서가 있는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확보된 유서는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유서가 따로 발견되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김 처장도) 유서를 쓸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는 것이 아닌 참고인 조사였다. (조사 당시) 특별히 힘들어하거나 하진 않았다”면서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을 규명해가는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하여 안타깝고,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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