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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처벌' 즉시보고 안한 부사관…대법 "軍징계 부당"

중앙일보

입력

음주운전으로 민간 법원의 처벌을 받은 부사관이 “직속 지휘관에게 이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아 복종의무위반(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부사관으로 근무했던 A씨가 직속 지휘관인 제1군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음주운전에 적발된 후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2015년 4월 대전지법으로부터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직속 지휘관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원 통보로 약식명령 확정 사실을 확인한 군은 A씨에게 육군 규정 보고조항과 육군 지시 신고조항을 모두 위반했다며 지시 불이행으로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육군 규정’은 부사관이 민간 검찰 및 법원에서 형사 처분을 받은 경우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육군은 이 규정과 별도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그 이듬해에 이뤄질 부사관 진급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진급 선발 대상자와 절차 등을 정한 ‘부사관 진급 지시’를 발령해 왔다. 이 지시 사항에서 진급 선발 대상자는 민간기관 처분 사실이 있으면 계급별 진급심사 전까지 해당 부대와 진급 선발위원회에 자진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군의 징계 처분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의 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거나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부사관 진급 지시’에 따라야 하는 진급심사 대상자가 아니어서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육군 지시 신고 조항의 취지는 진급 심사권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민간 법원 처벌전력을 진급심사 대상자가 신고하도록 해 군사 법원 처벌전력이 있는 다른 진급심사 대상자들과의 형평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다”며 “이에 따라 신고 의무자도 ‘진급 선발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신고조항은 원사 진급심사 대상자를 ‘2013년 12월 31일 이전에 상사로 진급한 자’로 정하고 있는데, A씨는 2016년 8월 1일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다”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A씨를 이 신고 조항의 수범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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