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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반란 1표가 뭉갠 2400조원…바이든, 중간선거도 '막막'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 법안에 반대하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 법안에 반대하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을 담은 약 2조 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이 연내에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

‘결정적 한 표’를 쥔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이 19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년 간 같은 당 소속인 맨친 의원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한 셈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핵심 대선 공약 실현 길 잃어

맨친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일요 시사 프로그램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더 나은 재건에 반대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법안을 계속하는 데 표를 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지만 “그곳에 닿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 뒤 “이 법안에 반대(no)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의석을 나눠 가진 상태여서 맨친 의원의 찬성표가 없으면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 통상적으로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지만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하면 과반(51석)만 확보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맨친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찬성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야 겨우 통과될 상황이었는데 맨친 의원이 이탈하면서 법안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맨친 "부채 급등, 인플레이션 악화" 반대

워싱턴포스트(WP)는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에 회복이 어려운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법안은 건강보험 확대, 약값 인하, 교육 개혁, 기후변화 대응, 이민과 세제 개편, 저소득 지원 등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포괄한다.

민주당은 연내에 법안을 통과시킨 뒤 내년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중간선거 승리 발판으로 삼으려는 계획이었다. 민주당은 맨친 의원을 거세게 비판하고, 백악관도 이례적으로 장문의 반박성 성명을 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맨친 의원 발언은 지난주 대통령 및 백악관 관료들과 협의해 온 내용과 다르다”면서 맨친이 입장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법안을 주도적으로 제안한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맨친 의원이 웨스트버지니아와 미국의 일하는 이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다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반대표를 던지게 하자”고 압박했다.

맨친 의원은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로운 변이 확산 등 눈앞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더 시급하다면서 “매머드급” 예산의 새 법안은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안이 추진되면 미국은 직면한 위협에 더 취약해질 수 있으며 국가 부채 급증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바이든 리더십 치명타, 민주당 취약점 노출

당초 법안 규모는 6조 달러(약 7200조원)로 시작해 3조5000억 달러로 줄었으며, 민주당 주도로 하원에서 통과될 때는 2조2000억 달러 규모로 줄었다. 그런데도 맨친 의원은 내용을 대폭 손질할 것을 요구하면서 1조5000억 달러를 넘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사회복지 강화, 기후변화 대응 같은 대선 핵심 공약을 실천할 길이 막힌 데다 ‘정치 협상의 달인’으로 자처해온 주장도 한계를 보였다.

민주당의 취약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법안을 제안한 샌더스 상원의원 등 범 민주당 내 진보 진영과 맨친 의원 같은 중도 진영 간 이데올로기 간극이 대통령 최고 어젠다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넓다는 것도 보여줬다.

맨친 의원은 성명에서 내용을 바꾸고 예산 규모를 줄인 법안에 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협상을 계속할 수도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지만, 기대는 높지 않다.

미국인 66% "바이든 리더십에 의구심" 

맨친의 ‘거절’로 하락세인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이날 CNN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256명 중 66%는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에 의구심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2%는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공급망 차질 대처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응답자는 70%였다.

바이든 정책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75%는 지역사회 경제 상황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63%는 미국 경제가 좋지 못한 상태라고 봤다. 절반에 가까운 45%는 바이든 대통령 정책으로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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