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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은 여전히 이정후·김혜성의 롤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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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해 메이저리그(MLB)에서 첫 시즌을 보낸 김하성. “올 시즌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했지만, 여전히 많은 후배의 롤모델이다. [AP=연합뉴스]

올해 메이저리그(MLB)에서 첫 시즌을 보낸 김하성. “올 시즌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했지만, 여전히 많은 후배의 롤모델이다. [AP=연합뉴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처음 경험했다. 한국에서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그에게도 세계 최고의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117경기에 나선 첫 시즌 성적은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홈런 8개, 34타점, 27득점, 도루 6개.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622였다. 김하성은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다음 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했다.

올해 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는 듯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4년 최대 3200만 달러(379억원)에 계약하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팀의 환대에 고무된 김하성도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경쟁에 승리해 신인왕까지 도전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현실은 희망과 달랐다. 실력을 보여주는 건 두 번째 문제였다. 내로라하는 MLB 스타플레이어들 틈에서 출전 기회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프로 2년 차인 2015년부터 6년간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김하성이 MLB에선 대타 혹은 백업 내야수로 한없이 대기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고, 그 여파로 타석에선 몸이 굳었다.

김하성은 “출전 시간이 적었던 게 가장 아쉽다. 대타로 나가 갑자기 처음 보는 시속 160㎞ 강속구를 치는 게 쉽지 않더라”며 “항상 주전으로 뛰다가 올해는 경기 후반에만 가끔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일주일에 (내가 설 수 있는) 타석이 몇 번 안 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럴 때는 동료들의 위로에서 큰 힘을 얻었다. 그는 “팀 선수들에게 얘기하니 ‘우리는 마이너리그에서 강속구를 계속 치다 왔지만, 넌 그런 상황도 아닌데 출전 시간도 적으니 (적응하기) 힘든 게 당연하지 않냐’고 말해주더라”며 “어려울 땐 주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조언도 구했다. 고마운 점이 많다”고 했다.

스스로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첫 1년이 의미없이 흘러간 건 아니다. 김하성은 올 시즌 내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MLB에서 훈련하던 방식 그대로 한국에서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경기에 많이 못 나간 대신, 훈련을 무척 많이 했다. 스스로 느낀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귀국 후에도 그때처럼 훈련을 하고 있다”며 “피칭 머신에서 나오는 (강한) 공도 많이 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한다. 나만의 훈련 방식을 터득해가고 있다”고 했다.

MLB는 모든 야구선수가 한 번쯤 그리는 꿈의 무대다. 김하성은 20대 중반에 그 목표를 이뤘고,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뗐다.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그는 변함없는 롤 모델이다. 올 시즌 KBO리그 타격왕에 오른 후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형이 우리 팀에 있을 때 룸메이트였는데, 언제 봐도 늘 멋지다. 가까운 곳에서 형을 지켜보면서 나도 (MLB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했다. 김하성이 떠난 올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물려받은 김혜성(키움)도 “형에게 고맙다. 내가 이것저것 자주 물어보는데, 귀찮은 내색 없이 다 알려준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벽을 실감했던 MLB에서의 첫 시즌. 김하성은 하루빨리 그 벽을 넘기 위해 절치부심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올해는 무슨 말을 하든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서 내년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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