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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 오히려 대중 협상력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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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고양시 JTBC일산스튜디오에서 개최한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첫 번째 세션 토론에는 윤병세(왼쪽 둘째) 전 외교부 장관과 신각수(오른쪽 둘째) 전 외교통상부 차관, 마이클 그린(화면 왼쪽) 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 보니 린(화면 오른쪽) CSIS 중국 파워 프로젝트 총책임자가 참여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선 위성락(오른쪽 첫째) 실용외교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선 김성한(왼쪽 첫째)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이 참여했다. 김성룡 기자

14일 경기 고양시 JTBC일산스튜디오에서 개최한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첫 번째 세션 토론에는 윤병세(왼쪽 둘째) 전 외교부 장관과 신각수(오른쪽 둘째) 전 외교통상부 차관, 마이클 그린(화면 왼쪽) 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 보니 린(화면 오른쪽) CSIS 중국 파워 프로젝트 총책임자가 참여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선 위성락(오른쪽 첫째) 실용외교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선 김성한(왼쪽 첫째)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이 참여했다. 김성룡 기자

“차기 한국의 대통령은 한국이 (지금처럼)스스로를 아시아에서 고립시키는 것이 나은지, 공동의 이해관계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다자 협력에 참여하는 게 좋은지 고민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부소장 겸 일본석좌는 14일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21’에서 “한국은 특정 협의체에 소속되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걸 선호하고, 이를 위한 '알리바이'를 준비하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한국은 이런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대중 협상력이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제 생각엔 낮아졌고, 대북 외교력도 줄었다”며 “미국과 호주, 인도, 일본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다자적 협력에 합류하지 않는 데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보니 린 CSIS 중국 파워 프로젝트 총책임자는 중국의 군사력 증대가 대만 등 주변국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역내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대만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대만 등 역내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 등에 대해)장기적 차원에선 한ㆍ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내에 외교안보 상설협의체 신설 제안"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14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개회사를 통해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모두와 친구하기,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14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개회사를 통해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모두와 친구하기,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미·중 두 나라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고스란히 노출된 한국은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국가 비전과 국익을 규정해야 한다”며 “두 강대국의 눈치나 보면서 그때그때 유리한 쪽으로 편승하는 식으로는 양쪽에서 공격받는 파쇄국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모두와 친구하기,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기’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또 “한국은 남북 분단에 남남 갈등이 겹쳐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회 안에 상설협의체를 둘 것을 제안한다”“정파를 초월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된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21’에 참석해 화상으로 환영사를 한 존 햄리(화면) CSIS 소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김성룡 기자

'중앙일보-CSIS 포럼 2021’에 참석해 화상으로 환영사를 한 존 햄리(화면) CSIS 소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김성룡 기자

존 햄리 CSIS 소장은 환영사에서 “한·미 동맹이 반중(反中) 동맹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야 하고, 보다 폭넓게 동맹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0년간의 한·미 동맹을 토대로 앞으로의 한·미 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존 햄리 소장은 한·미 동맹이 확장될 수 있는 분야로 보건 협력과 공급망 다각화를 꼽았다. 그는 “한·미는 현재 시점에서 아시아 전반을 위한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이 지역 내에서 조금 더 많은 공공의 선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한·미 양국은 공급망(supply chain)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고 다각화하는데 협력할 수 있고, 이는 동맹 관계를 더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한·미가 협력할 때 훨씬 더 폭넓게 글로벌 이슈를 다룰 수 있고, 특히 공중 보건 문제는 한·미가 협력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윤 모두 한·미 동맹 중요성에 공감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차기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 참모들도 한국 외교의 기반이 한ㆍ미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며, 중국은 동맹에 미치지 못하는 동반자 관계로, 우리는 미국과 가깝게 갈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후보는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한국 외교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데 있어 많은 가능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국민의힘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은 “외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다 보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ㆍ미 동맹이 이제 포괄적 전략동맹이 된 만큼 윤석열 후보는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동맹 이상의 파트너십을 강화하자고 표방한다”고 말했다. 또 “미ㆍ중은 대결뿐 아니라 협력도 하기 때문에 한국 외교에 기회의 창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중진국 전략 넘어서야"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14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정책 제안에 나섰다. 김성룡 기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14일 '중앙일보-CSIS 포럼 2021’ 정책 제안에 나섰다. 김성룡 기자

'한반도평화만들기(재)' 이사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정책제안을 통해 “주요 7국(G7)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글로벌 전략은 생존·안보·원조·교역·발전을 추구했던 기존의 중진국·중견국 전략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존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 협력) 틀에서 미·중 경쟁 사안을 둘러싼 택일(擇一)을 배제하고, 보편주의를 더한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제시했다. ▶미·중의 국익이 충돌하는 의제에 대해선 택일을 지양하되 ▶한반도 안보·평화 문제는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하고 ▶인권·민주주의·기후변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는 세계와 유엔의 보편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박 교수는 또 “한·미 안보 의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같은 전략을 통해) 한국의 운신 공간과 이익, 나아가 대외적인 예측 가능성과 보편성, 신뢰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이날 정책제안은 한반도평화만들기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결과가 바탕이 됐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포럼은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열리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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