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하는 '복제돼지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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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잘 나가던 동물복제 전문가였다. 서울대 농대를 나와 일본 오카야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미주리 대학에서 돼지복제 분야 연구원으로 일했다. 돼지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결과를 미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싣기도 했다. 국내에선 2003년 해파리의 형광 유전자를 돼지의 체세포에 집어넣어 노란색 형광 코를 가진 복제돼지 '형광이'를 만들어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엠젠 박광욱(40.사진) 사장의 이력이다. 이젠 어엿한 바이오 벤처업체의 경영자로, 최근 한국인사조직학회(회장 윤세준.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선정하는 '올해의 창업 기업인상'을 받았다. 과학자로서 탁월하고 경영자로서도 리더십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은 바이오 벤처기업의 수효가 줄기 시작한 2002년 '엠젠 바이오'를 창업했다. 그의 기술을 믿은 투자자들이 60억원의 자본금을 모아줬다. 연구개발에 몰두한 끝에 2004년 인간에게 조직을 이식할 때 초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당뇨병 치료용 세포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복제돼지를 생산했다.이어 항암 보조 치료제를 젖으로 분비하는 복제돼지도 만들어냈다. 박 사장은 올들어 새로운 실험을 했다. 7월 초 '상생원'이라는 산양유 제조 및 판매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회사명도 엠젠으로 바꿨다. 바이오 장기나 신약으로 임상시험을 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 매출 규모를 늘린 뒤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조달을 해보려는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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