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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양도세↓·대출↑…‘부동산 실용주의’ 내건 이재명의 진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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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내걸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직접 양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13일 당내에선 “서울 민심을 잡기 위한 이 후보의 승부수가 시작됐다”(선대위 관계자)는 평가까지 나왔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참외 농가를 방문해 성주 참외 모종심기를 체험한 후 농민들과 참외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참외 농가를 방문해 성주 참외 모종심기를 체험한 후 농민들과 참외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대구·경북 지역을 순회 중이던 이 후보는 전날(12일) 경북 김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차등적으로 완화하는 아이디어를 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양도세가 거래세인지 보유세인지 논쟁이 있는데, 사실 거래세와 좀 더 가까운 측면이 있다”며 “다주택자 매물의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 1년 한시적으로 과세 유예를 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다음 정부에서 하겠다는 공약이 아니고,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이라며 유예 시점도 사실상 ‘대선 전’으로 못 박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세제 정책도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는 취지였다.

예상을 깬 이 후보의 ‘깜짝 발언’엔 당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오전 민주당사에서 열린 ‘유치원·보육시설 통합 공약’ 발표 때도 취재진 질문은 부동산 정책에 집중될 정도였다.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다주택자가 돼서 투기 목적도 아닌데 불편을 겪는 부분에 대해 해소해야 한다는 게 후보의 말씀”이라며 “오늘부터 당 정책위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윤후덕 국회 기재위원장.

윤후덕 국회 기재위원장.

이 후보의 ‘부동산 실용주의’는 그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이 만나 생긴 가격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의 일부”라는 말로 요약된다. 특히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대출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주택 대출문제에 기민하게 반응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전 국민 대전환 선거대책위 회의)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 7일엔 “현실을 모르고 일률적으로 금융을 통제한 건 죄악”(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세제·금융과 함께 부동산 정책 3대 축으로 꼽히는 ‘공급’에서도 이 후보는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50만호 공급 공약이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후보는 “250만호의 내용이 무엇인지, 계획대로 제대로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도심지역의 용적률이나 층고제한을 일부 완화해서 추가 공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용주의를 내건 광폭 행보엔 당내 비판도 나온다. 강경파로 꼽히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집을 팔아서 그만큼 불로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게 조세정의에 부합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의원이 “지금이라도 방향을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 후보를 치켜세웠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다만 이 후보의 의지가 당에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 구상은)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겠단 공약이 아니라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원총회를 열면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은 “부동산 정책을 반성하는 것을 넘어서 이 후보가 민주당 지우기를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하지만 선대위 내부에선 “일부 의원 반발 때문에 대선 후보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이 후보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미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 있었지만, 후보의 뜻이 워낙 강했다”며 “이 후보가 이렇게 질러버린 건 정책 기조가 전환됐단 신호를 선명하게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부동산 정책 관련 핵심 발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재명 후보 부동산 정책 관련 핵심 발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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