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주택 양도세 1년 유예 꺼냈다…'반문 60%' 노리는 이재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기념탑 방문한 이재명 후보/연합뉴스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기념탑 방문한 이재명 후보/연합뉴스

기본소득·국토보유세 공약 유보에 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가능성도 시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실용주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 기조였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까지 수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김천에서 이뤄진 현장 기자 간담회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계속 갖고 있는‘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낸 아이디어는 1년 정도 한시적으로만 (중과세를) 유예하는데,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해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10% 포인트 인상)를 1년간 유예하되, 주택 양도 시기에 따라 감면 비율을 다르게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법안 개정 시점부터 ▲6개월 이내엔 중과 부분 100% 면제 ▲6~9개월 이내 50% 면제 ▲9~12개월 이내 25% 면제하고, 12개월이 지나면 원래대로 중과세를 물린다는 ‘슬라이딩 방식’ 구상도 공개했다.

이 후보의 이날 발표는 정권심판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실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발표에 앞서 민주당의 복수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 후보 의지가 강하다”며 “내부에서 부동산 공약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고, 발표 시점과 각론에 대한 결정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지난 6월 중과 조치 시행을 앞두고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유예 여부를 검토했으나, 당내 강경파 반발에 밀려 당론 채택이 불발됐다. 그만큼 다주택자 중과세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부분이다. 이 후보가 이날 ‘중과 유예’ 구상을 밝힌 데 대해, 당내에선 “이재명식 차별화 전략의 종합판”(중진 의원)이란 해석도 나왔다.

실용주의 노선에 기조 변화…“文 반대 60%도 잡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시·도당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시·도당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내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양도세 중과 유예안’은 지난달 초 공급 활성화 카드로 선대위 내부에서 다시 검토되기 시작했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선대위 핵심 정책 과제로 ▲가상 자산 과세 1년 유예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1년 6개월 유예안을 건의하면서였다. ‘가상 자산 과세 유예’의 경우 이 후보의 ‘소확행’ 공약으로 수렴됐고, 지난 2일엔 1년 연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를 두고선 “대선 앞두고 정부와 싸움을 벌이자는 것밖에 안 된다”(당 선대위 관계자)는 식의 반론이 제기되면서 격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 후보가 선대위를 재편하고 실용주의를 앞세우면서 이 제안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선대위 내부에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인 40%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이제 나머지 60% 표심을 적극적으로 겨냥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정책 라인 관계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핀셋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후보는 “시골 움막을 사놓았더니, 그것도 주택으로 쳐서 2주택자 종부세로 중과하는 억울한 사연들이 있다”며  "실거주자 보호·투기용 다주택자 억제라는 측면에서 경계 선상에 있는 사례이긴 하지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열리나

민주당 선대위에서 검토 중인 또 다른 아이디어는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을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을 위한 신규 택지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붙여 부동산 가격 하락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정책과 관련해 “도시는 원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인데 왜 옆으로만 찾는가. 위로 올리면 된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역시 필요하면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이점에 대해 “시장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수요 억제에 의존하지 않고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 시장 가격을 존중하는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다”라고도 했다.

다만 용적률을 상향하고 개발부담금을 낮출 경우 자칫 집값을 되레 올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서울시 안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공공 주도형으로 가져가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희망 대상지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민간 주도로 가는 걸 검토하는 것”이라며 “다만 집값 상승을 통제하는 안전장치와 기존 세입자 보호 대책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