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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 해고한대요ㅠㅠ" 불안한 사람들…해고사유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회사가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 안 맞은 사람은 맞으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제가 안 맞았다고 하니 해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인터넷에 올라온 고민 글의 일부다. 한 프리미엄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글쓴이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될 것 같은데 이럴 때 부당해고 사유가 되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방역패스 천태만상…“백신 미접종으로 퇴사”

4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백신 미접종 부당해고 상담 사례. 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

4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백신 미접종 부당해고 상담 사례. 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급증하면서 방역 당국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확대하자 인터넷에는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당했다거나 입사가 취소됐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회원 수 190만 명이 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친구가 백신을 안 맞아서 출근 이틀 만에 퇴사하게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퇴사를 강요받았다는 당사자는 생산직 근무를 한다고 한다. 글쓴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회사 담당자는 “백신 안 맞아서 출근 못 하는 게 가벼운 사항이 아니다. 출입을 통제당해 근무가 안 되는데 어떻게 근무를 계속하겠느냐”라는 문자를 보냈다. 여기에는 “면접 때 고지했어야 한다”며 회사의 불찰을 지적하는 입장과 “확진자 1명이 나오면 지장이 큰 업종은 어쩔 수 없을 거 같다”며 회사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으로 댓글 분위기가 엇갈렸다.

백신 미접종, 해고 사유 될까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다. 권고인 상황에서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입사를 취소한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당한 처사일까.

사업장이 채용 과정에서 백신 접종자를 채용 조건으로 내세울 수는 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서는 모집 요건을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 공고에 백신 접종자를 조건으로 걸거나, 면접 때 백신 접종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사업장 필요에 따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용 절차 진행 가운데 백신 미접종에 대한 별도 고지가 없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채용절차법 제4조는 구인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채용 후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돼서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미리 이야기돼있지 않던 백신 미접종을 사유로 합격을 취소한다면 정당성이 없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생명·신체의 자유가 더 우선”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추가접종(부스터 샷)에 모더나 백신이 담긴 주사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추가접종(부스터 샷)에 모더나 백신이 담긴 주사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으로 해고하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진엽 노무사(노무법인 도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기적인 유전자 증폭(PCR) 검사 등 별도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한 해고로 판단된다”며 “실제 해고가 이루어지면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쁨 노무사(노무사사무소 기쁨)는 “‘정당한 이유’라는 부분은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된다. 의사 등 공공필수 유지 사업이라면 백신 접종이 권고될 수 있겠지만, 그런데도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해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영권과 생명·신체의 자유를 비교했을 때 기본권인 생명·신체의 자유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노무사는 이어 “정당한 이유로 해고하려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백신을 맞지 않은 게 그 사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현행법상 어떠한 이유에서도 백신 미접종이 정당한 해고 사유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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