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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심 냉랭해 섭섭하다고? 文 정부가 군심 살 수 없는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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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군 장성 인사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이런 얘길 자주 듣는다. “문재인 정부가 군에 대해 많이 신경 쓰는데, 군심은 아직도 냉랭해 섭섭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육군 50명, 해군 11명, 해병대 3명, 공군 12명 등 준장 진급자들에게 삼정검을 수여했다. 이에 앞서 준장 진급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진급했다 1년 만에 뒤늦게 삼정검을 받은 셈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육군 50명, 해군 11명, 해병대 3명, 공군 12명 등 준장 진급자들에게 삼정검을 수여했다. 이에 앞서 준장 진급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진급했다 1년 만에 뒤늦게 삼정검을 받은 셈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①역대 정부 가운데 현 정부가 가장 국방비를 많이 올렸다.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한국의 국방비가 일본 방위비를 앞선다.

②현 정부는 군을 예우한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퇴임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캐나다 항공권을 선물했다. 캐나다는 이 전 의장의 딸이 사는 곳이다. 또 미국에서 신원이 밝혀진 6ㆍ25 국군 전사자 유해 68구를 최고의 대우를 하며 고국으로 모셔왔다.

현 정부 인사들은 이런 사례들을 쭉 나열한 뒤 ‘역시 군은 보수적 집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군심이 문재인 정부에 마음을 돌리지 않은 게 군의 내재적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군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는 군심을 잘 모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일부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10일 발표한 신임 해군 참모총장 인사만 봐도 그렇다는 얘기다.

임기제 진급을 2번 했던 김정수 해군 참모차장이 참모총장에 오른 게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있다. 임기제 진급은 임기 제한을 두면서 진급시키는 제도다.

그와 김현일 신임 해군 참모차장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문제 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그의 능력과 인품이 총장감이라고 평가하는 해군 관계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김정수 신임 총장의 임명을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인재우선’의 원칙에 따라 행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번 총장 임명 과정에서 규정 위반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통수권이나 규정과 관련 없는 문제가 있다. 현 정부는 군의 특성이나 관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정수 신임 총장의 임명 발표에 앞선 9일 해군 장성 진급 인사가 먼저 났다. 보통 신임 총장 인사를 하고 난 뒤 장성 인사를 해왔다. 신임 총장의 의견이 인사에 반영돼야 조직을 안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석종 전임 총장은 하반기 들어선 뒤 끊임없이 교체설에 시달렸다. 곧 갈릴 수도 있는 총장의 영이 해군에서 제대로 설 리는 만무하다.

이 모든 게 해군 총장 인사를 미룬 청와대의 책임이다. 군 장성 인사는 매년 상반기(4월)와 하반기(10월) 두 차례 있었다. 보통 하반기 인사가 규모가 크다.

그런데,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관례적인 인사 시기를 제대로 지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매번 ‘인사 검증을 꼼꼼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인사 때는 다주택 보유자를 거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일부 장성의 다주택 보유 현황을 보고받고는 “군은 비리집단”이라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한해도 빠짐없이 장성 인사가 늦어지니 후속 인사도 덩달아 지연됐다. 그러면서, 조직이 술렁였고, 업무는 물론 전투태세에도 여파가 미친다. 군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군을 만만하게 생각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현 정부는 군에 대해 대단한 시혜를 베풀었다고 자부한다. 지난 9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한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과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해 “현 정부에서 과실이란 과실은 다 따먹었던 분들”이라고 언급한 게 현 정부 시각을 잘 보여준다.

군을 봉건 시대의 가신처럼 여겼다는 비판을 받은 발언이었다.

내년 5월 남은 임기까지 현 정부와 군심의 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맴도는 원심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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