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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국민 10명 중 9명 '스트레스' …"피로·무력감 느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여간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국민이 정상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는 별개로 코로나19 장기화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의 비중도 85%가 넘었다.

2021 사회동향…스트레스 고위험 20%

10일 통계청은 ‘2021 한국의 사회동향’을 통해 코로나19의 여파를 집중 조명했다. 매년 국민 생활과 변화 추이를 사회동향에 담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극에 달한 국민 스트레스·피로감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보다 국가의 통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점이 두드러졌다. 호흡기 질환 감소 현상도 나타났다.

코로나 트라우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 트라우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8월 만18세 이상 전국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트레스가 정상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응답자의 비중은 90.7%에 달했다. 이는 트라우마성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외상 직후 스트레스 측정도구’ 문항을 이용해 이뤄진 조사 결과다. ‘즉각 도움’이 필요한 수준의 고위험성 스트레스 상태인 비율도 전체 조사자의 20%를 넘었다. 나머지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정도의 ‘저위험성’이다. 치료가 필요한 극단적 형태의 ‘트라우마’와는 다른 개념이다.

“일시적 스트레스 아냐”…피로·무력감

연구를 진행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상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를 측정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지는 일시적 스트레스와는 다르다”며 “결과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 저위험군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게 아니고 어쨌든 정상적인 스트레스 범주를 넘어서는 이들이 절대다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회복과 함께 정신건강 회복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연일 7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인섭 선임기자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연일 7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인섭 선임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을 묻는 질문에도 85.3%가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치고 무기력해졌다는 답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확진자로 낙인 찍히는 게 두렵다는 응답자는 지난해 4월(60.2%)보다 올해 8월(56.5%)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확진 자체가 두렵다는 비율은 57.1%에서 64%로 늘었다.

국가 의존도는 커져

코로나19 감염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응답자는 확산 초기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여전히 20%가 넘었다. 개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지난 8월 18세 이상 11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2.1%가 “자유의 제한보다 코로나19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처에 현행법 이상의 정부 권한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도 76.4%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응과 민주주의 원칙의 딜레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대응과 민주주의 원칙의 딜레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선경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비슷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늘 의견이 5대5 정도로 갈렸다”며 “코로나 상황을 전쟁 상황에 준하게 인식해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결집하는 이례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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