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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강화에 온 체중 실을 때(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 산업구조 고도화방안을 보고
경제기획원이 12일 경제정책자문회의에 제시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방안」및 「고유가시대 극복을 위한 국민소비생활 합리화방안」은 과제의 중요성이나 입안자의 현실인식의 심도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발상이나 실천의지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주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나 절제를 잃은 소비생활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병인들이며 그에 대한 극복과 치유여부는 우리 경제가 지금 겪고 있는 전환기적 난국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느냐의 여부를 가름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도전하는가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경제정책자문회의에 제시된 방안은 산업경쟁력 악화요인으로 기업의 금융비용부담 가중이나 환율정책의 시행착오 등 정부에 책임이 돌아가는 몇가지 문제를 제외시킨 흠은 있으나 임금,기술개발구조,인력난,입지난,사회간접시설,에너지 비용 등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종합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과소비문제도 일부 계층의 그런 풍조가 도시근로자나 농민생활에까지 파급되고 있고 저축률의 둔화로 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에 차질을 유발하는 사태에 이르렀음을 지적한 것 등은 비록 새로운 얘기는 아니라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재음미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인식의 바탕 위에서 내놓은 대응방안의 내용은 과연 현 정부가 이같은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진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의심케 할 정도의 미진한 것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방안으로 산업현장의 자동화ㆍ정보화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의 범위를 제한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로써 임금ㆍ기능인력ㆍ에너지ㆍ공장입지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것은 너무나 안이한 접근자세다.
경제기획원이 스스로 밝혔듯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요인은 임금ㆍ기술ㆍ입지ㆍ재정금융정책 등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며 이같은 여러 요인이 유기적ㆍ복합적으로 얽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은 정부의 정책목표를 경쟁력 강화에 두고 여러가지 정책변수들을 유기적ㆍ종합적으로 타결해 나가는 범정부적 노력이 없이는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물론 자동화ㆍ정보화와 같은 각부분 부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시도도 있을 수 없는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우리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비전과 정책간의 조정 없이 개별정책에 집착한다는 것은 일의 효율성이나 성과면에서 뿐 아니라 경제전체의 모습을 일그러뜨릴 우려가 있다.
자동화ㆍ정보화도 좋지만 경쟁력 강화문제는 전제 임금구조와 기술개발ㆍ재정ㆍ조세정책 등과는 유기적 연관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얘기다.
과소비억제 문제도 홍보나 청소년 교육,여가생활의 낭비억제 등을 나열할 것이 아니라 그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사회 지도층의 의식개혁을 위한 방안 등 보다 참신한 발상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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