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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순찰 돌고, 자율주행 택시·버스 다니는 시대 곧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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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열린 2021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에 참가한 각 대학팀의 자율주행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열린 2021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에 참가한 각 대학팀의 자율주행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도로. 검은색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능숙한 운전자가 모는 차량처럼 운행을 했다. 신호등에 따라 적신호에는 부드럽게 정차했고, 코너링도 자연스러웠다. 이 차량은 서울시가 지난달 30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차량이다. 운행 사흘째인 이날은 일반 시민이 아닌 업체 관계자 등이 탑승했으며, 오는 6일부터는 시민들이 앱을 다운받아 이용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량은 상암동 일대를 오가며 운행을 한다. 한샘사옥 앞→에스플렉스 센터→서부 운전면허 시험장→상암월드컵파크 7단지→상암중을 오가는 5.3㎞ 구간이다. 운송면허를 취득한 2개 업체 4대의 차량이 투입될 예정이며,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30분~12시, 13시30분~16시에 운행된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수동 운행하며,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범운전자도 탑승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내까지는 무상으로 운행하고 내년부터는 이용료를 받는, 최초의 유상운송 자율주행차량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지자체가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상용화를 시작한 서울은 오는 2026년까지 시내 2차선 이상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강남에선 내년부터 스마트폰으로 출발·목적지를 선택해 호출하는 로보택시가 운행된다. 강남 내부를 순환하는 자율주행 버스도 도입해 2026년까지 총 100대 이상 자율주행차를 운행한다.

서울시는 내년 4월부터 청계천 일대에 ‘도심순환형 자율주행 버스’ 2대를 도입하고 홍대·신촌·종각·흥인지문을 잇는 9.7㎞ 구간에서 심야자율주행 버스 노선을 신설할 방침이다. 2024년까지 ▶여의도~도봉(24.6㎞) ▶수색~상봉(23.8㎞) ▶구파발~강남(24.6㎞) 등 총 4개 노선, 100대 이상의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술발전의 속도가 워낙 빨라 미리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종시는 일반 공공도로에 ‘자율주행 컨트롤타워’ 격인 ‘자율주행 빅데이터 관제센터’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자율차 운행을 관제하면서 차량-사물간 통신(V2X)을 연계해 자율차 운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자율주행 데이터 저장공간(800만GB)을 확보해 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세종시에서 간선급행버스(BRT)를 자율주행으로 운행,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정부청사 북측까지 약 4.8㎞ 구간을 최대 50㎞/h로 운행하는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세종시는 사람을 싣고 달리는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자율주행 실외로봇 상용화 실험도 시작했다. 세종신도시 중앙공원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면,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세종시는 내년 말까지 로봇을 이용한 ▶음식배달(업체명 트위니) ▶방역(라스테크) ▶순찰(언맨드솔루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7월부터 무인 노면 청소차량, 쓰레기 수거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운영하는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2019년 12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평동산단, 하남·진곡산단, 수완지구, 우치공원, 빛그린산단, 송정공원 등 7개 지역 16.79㎢이 실험 대상이다. 광주시는 차량부품 기업뿐 아니라 가전·광산업 등 100개 기업을 2030년까지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 선도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앞서 전북도는 지난달 5일 군산 비응도 새만금 지역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 평소에는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다가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사업비 200억원이 투입되는 실증도로 구축이 완성되면, 국내 최장인 21㎞ 규모의 시설을 갖추게 된다. 대구시도 지난 22일 대구국가산단 일원에서 자율차가 비보호 좌회전, U턴, 경찰의 수동 제어 정보까지 인지하는 주행을 전국 최초로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박정국 사장은 “자율차는 단순 이동수단이라는 기본 기능을 넘어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막고, 운행 효율화로 지구 환경을 보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차원에서 자율차 상용화 촉진과 기술발전 지원하는 관련법 제정해 제도적 뒷받침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까지도 폭 넓게 국민의 의견을 들어 제도적 보완 방안을 늦지 않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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