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해장국과 찰떡궁합 깍두기 맛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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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담근 깍두기 한 접시면 해장국 한 그릇이 뚝딱이다. 다른 땐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가던 산해진미들도 달갑지 않다. 이런 찰떡궁합 음식도 흔치 않다. 이유가 도대체 뭘까.

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알맞게 발효한 깍두기 속 유산균들이 장 활동을 열심히 돕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고춧가루의 매운 맛, 소금의 짠맛, 김치 자체의 신맛이 자꾸 먹고 싶게 한단다.

그럼 배추김치는 그런 역할을 못해 깍두기 뒷자리로 밀렸느냐고 묻자, 무에 풍부한 디아스타제란 효소의 역할을 덧붙여 말했다. 무의 아삭아삭한 식감도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턱관절 운동을 활발하게 하면 침샘을 자극해 자꾸 더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를 가늘게 썬 생채도 큼지막하게 자른 깍두기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는 것이란다.

다음은 집에서 먹는 깍두기는 왜 음식점 것에 비해 맛이 떨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요리연구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박종숙씨와 박연경씨에게 물었다. 두 전문가 모두 음식점 깍두기 제조비법을 고스란히 공개할 수는 없단다. 그렇지만 근사치에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는 차선책을 들려줬다.

일단 무를 썰어 바로 담그지 말고, 소금과 매실청으로 하룻밤 절였다가 담그라는 것. 절이는 소금의 양은 깍두기에 들어갈 것의 반만 쓰고, 매실청이 없다면 투명한 청량음료로 대신해도 좋단다. 자칫 단맛을 낸다고 설탕을 넣었다간 무가 물러 깍두기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수가 생긴다고 한다. 고춧가루는 가는 것과 굵은 것을 섞어 쓰든지, 말리지 않은 홍고추와 거칠게 갈아 넣을 것을 권했다. 새우젓, 다진 마늘과 생강, 쪽파 썬 것을 넣고 버무려, 김치통에 담을 땐 청량음료로 그릇을 살짝 헹군 걸 부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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