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교직원 “비리합작”/한성대 부정입학 적발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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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명단 태워없애 「완전범죄」 노려/문교부의 겉핥기 감사도 문제
한성대의 입학부정은 지난해 총장ㆍ재단이사장까지 구속돼 파문을 일으킨 동국대사건이후에도 일부 사립대학에서 입시부정이 근절되지않고 있음을 드러내 크나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부정입학시킨 신입생수가 검찰수사에서 확인된 인원만 90학년도 전체입학자의 13%인 94명이고 문교부감사결과로는 자그마치 28%에 이르는 2백6명이나 되는데다 기부금 액수가 지금까지 드러난 전주 우석대 23억원보다 훨씬 많은 33억여원에 달해 「사상최대」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기부금부정입학 희망자를 교수 등 교직원을 통해 의뢰받았다는 점 등에서 충격은 더 크다.
이번 사건은 사학의 고질적인 현안인 재정난과 대학관계자의 교육자로서의 양심상실,문교부의 감독소홀과 구태의연한 감사방법ㆍ후속처리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으로 볼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학교관계자들은 부정입학자들의 명단을 사건직후 태워버려 「완전범죄」를 기도했고 교수 등 교직원을 통해 개별적으로 대상자를 추천받아 재단측과 교수들이 처음부터 한통속이돼 조직적ㆍ계획적ㆍ지능적으로 범죄를 모의ㆍ실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됐다.
한성대는 교내 과학관 신축비 조달을 위해 부정입학을 모의한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밝혀졌다. 대학들이 현재와 같은 열악ㆍ빈곤 재정상태에서는 재단의 출연금 확대는 빈말이고 재원조달이란 명분아래 언제라도 기부금 부정입학같은 부정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해준 셈이다. 사학재정 확충을 내세워 사립대측은 기부금 입학제의 제한적 허용 등을 건의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명분을 잃게 됐다.
문교부 또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문교부는 지난 8월27일부터 1주일동안 실시한 감사에서 유무열사무처장 명의의 10억원짜리 증권예치 통장을 발견,33명이 기부금을 내고 부정입학한 사실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나머지 61명의 부정입학은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감사를 제대로 못한 관계자 문책 등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문교부는 감사를 하고도 40일동안이나 결과를 발표하지않고 초대 문교부장관을 지낸 재단이 사장을 의식,쉬쉬해 왔다.
일부 한성대생들이 유인물을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검찰이 익명의 제보에 따라 관계자를 연행,부정입학사실을 수사하자 뒤늦게야 감사결과를 개요만 발표하는 납득키 어려운 자세를 보였다.
문교부는 지난해 고대ㆍ한림대 등에서 부정입학사건이 잇따르자 90학년도 입시가 끝난뒤 83개 전사립대에 대한 감사방침을 발표하고도 검찰이 한성대 부정입학을 밝힐때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과연 문교부가 비리척결의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아심을 갖게하고 있다.
입시관리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대학정책실ㆍ감사관실의 감독ㆍ검사소홀 책임은 이번 한성대사건을 계기로 마땅히 제기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난 8월20일 Y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가 학교측의 자료제출거부 등 반발로 중단한 사실도 있어 일부에서는 『약한 사립대학만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않다. 감사제도의 혁신이 있어야 할것으로 보인다.<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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