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이 끝판왕 디저트와 가루 둥둥 커피, 우리가 잘 몰랐던 터키 음식

중앙일보

입력 2021.11.27 07:00

한 입 세계여행 - 터키 음식문화 

터키 여행을 갔다오면 제일 많이 사오는 선물 로쿰. 설탕과 전분으로 만들어 달콤하고 쫄깃쫄깃한 디저트다.

터키 여행을 갔다오면 제일 많이 사오는 선물 로쿰. 설탕과 전분으로 만들어 달콤하고 쫄깃쫄깃한 디저트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다. 하여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그런데도 세계 3대 미식 국가로 통한다. 프랑스와 중국은 알겠는데, 터키는 왜? 이상한 건 또 있다. 무슬림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 하나 터키에는 ‘에페스(Efes)’와 ‘투보르그(Tuborg)’라는 국민 브랜드 맥주가 있다. 라크(Raki)라는 전통주도 즐겨 마신다. 포도로 만들었다는 45도 독주다. 터키 중앙 카파도키아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이기도 하다.

터키식 피자로 알려진 피데. 얇은 도우 위로 고기와 채소, 치즈를 넣고 구운 요리다. 터키는 피데가 피자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터키에선 라마다 금식 기간이 지나면 먹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터키식 피자로 알려진 피데. 얇은 도우 위로 고기와 채소, 치즈를 넣고 구운 요리다. 터키는 피데가 피자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터키에선 라마다 금식 기간이 지나면 먹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터키 음식 하면 케밥이 생각나지만, 케밥은 종류가 1000개가 넘는다. 불에 구운 고기는 다 케밥이다(물론 돼지고기는 없다). 사실 터키를 대표하는 음식은 요거트일지 모른다. 거의 모든 식사에 요거트 요리가 나온다. 빵을 찍어 먹는 것도 있고, 그냥 떠먹는 것도 있다. 아이란(Ayran)이라는 요거트 음료도 자주 마신다. 우리 냉면집에서 따뜻한 육수를 서비스로 주듯이, 아이란을 공짜로 내놓는 식당도 있다. 피자도 터키 밥상에서 빠뜨릴 수 없다. 터키식 피자를 피데(Pide)라 하는데, 얇게 편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채소 따위를 얹어 구운 모양이 영락없는 피자다. 터키에서 피데는 라마단 금식 기간이 지나면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다.

터키가 요거트의 원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터키 전통 레스토랑에서 맛본 요거트 요리. 걸죽한 요거트에 고추와 허브를 갈아서 넣었다.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터키가 요거트의 원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터키 전통 레스토랑에서 맛본 요거트 요리. 걸죽한 요거트에 고추와 허브를 갈아서 넣었다.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터키의 여러 음식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주변 나라와 다툼을 벌인다. 요거트는 불가리아와 원조 싸움을 하고, 피데는 이탈리아 피자와 각을 세운다. 케밥 중에 제일 유명한 되네르 케밥(쇠꼬챙이에 꽂은 그 케밥)은, 그리스 ‘기로스’를 비롯한 이웃나라의 꼬치구이 음식과 판박이다. 치열한 원조 논쟁 끝에 터키가 종주국 지위를 획득한 음식도 있다. 바클라바(Baklava)라는 전통 디저트다.

터키 '달달이'의 끝판왕 바클라바. 층층이 쌓인 페스트리 겹이 보이시는지. 버터를 잔뜩 발라 구운 페스트리를 꿀과 설탕 시럽에 푹 절인 음식이다. 이 바클라바엔 페스트리 안에 피스타치오와 호두가 들어 있다.

터키 '달달이'의 끝판왕 바클라바. 층층이 쌓인 페스트리 겹이 보이시는지. 버터를 잔뜩 발라 구운 페스트리를 꿀과 설탕 시럽에 푹 절인 음식이다. 이 바클라바엔 페스트리 안에 피스타치오와 호두가 들어 있다.

바클라바는 단맛 강한 터키식 디저트의 끝판왕이다. 터키 디저트라고 하면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 불리는 로쿰(Lokum)이 유명하나 그건 관광객에 한정된 얘기다. 터키인은 바클라바를 윗길로 친다. 바클라바는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을 여러 겹 둘러 구운 페스트리다. 바싹 구워 식감이 빵보다 과자와 가깝다. 이 버터 범벅 밀가루 반죽 구이를 벌꿀과 설탕 시럽에 푹 절였다. 단맛의 강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 입 먹으면 혀가 얼얼해지고 정신이 번쩍 든다. 바클라바 원조를 놓고 터키가 주변 국가와 얼마나 싸웠는지 2013년 유럽연합이 바클라바는 터키 고유 음식이라고 공식 인증했단다.

터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클라바. 로쿰보다 가격이 비싸다.

터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클라바. 로쿰보다 가격이 비싸다.

바클라바는 유서 깊은 음식이다. 오스만 투르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만 제국 시대 궁중 요리사는 100겹이 넘는 페스트리로 바클라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시절 주방에선 금화를 떨어뜨려 페스트리의 얇기를 측정했다. 금화가 페스트리를 뚫고 쟁반에 떨어지면 요리사가 그 금화를 가질 수 있었단다.

터키 커피. 커피 위에 든 커피 가루가 보이시는지. 터키에선 잘게 빻은 커피 가루를 거르지 않고 커피를 끓인다.

터키 커피. 커피 위에 든 커피 가루가 보이시는지. 터키에선 잘게 빻은 커피 가루를 거르지 않고 커피를 끓인다.

어지간한 달달이 매니어도 바클라바는 몇 개 못 먹는다. 터키에선 커피와 함께 바클라바를 먹는다. 터키는 커피도 독특하다. 잘게 빻은 원두 가루가 커피에 떠다닌다. 커피 가루를 걸러내지 않고 그냥 끓여서다. 끓이는 방법도 독특하다. 뜨겁게 달군 모래에 커피와 물을 넣은 구리 주전자를 올려 서서히 가열한다. 커피잔에 남은 커피 찌꺼기로 운세를 점치는 풍습도 남아있다.

터키 음식의 정통성을 놓고 말이 많은 건, 500년 넘게 일대를 통치한 오스만 제국 때문이다. 그리스와 불가리아와 이탈리아와 아랍의 문화가 유목민 출신인 오스만 투르크의 문화와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섞이고 스미고 어우러져 지금의 터키 음식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터키에서 한식과 중식만 찾아다니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터키 여행의 절반은 음식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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