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마스크는 없었다. 대신 천둥 같은 함성이 90분간 요동쳤다. 6만여 관중이 일제히 ‘토트넘’ 그리고 ‘손흥민’을 외쳤다.
21일 오후 4시 30분(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토트넘 대 리즈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직관했다.
전날 TV에서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4000여 명에 이른다는 BBC의 보도를 봤지만, 축구장은 딴 세상 같았다. 경기장 인근 화이트하트레인 지하철역과 스포츠 펍, 기념품 가게는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기 전부터 거리에서 토트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손흥민의 등 번호와 이름을 새긴 유니폼 차림의 축구 팬, 태극기를 든 한국인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경기 두 시간 전부터 일대 모든 차량의 진입이 통제됐고, 경찰이 경기장 주변을 에워쌌다.
지난 시즌 경기의 대부분을 무관중으로 치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이번 시즌 관중 입장을 전면 허용했다. 8월 시즌 개막과 함께 전 구장에 만원 관중이 운집하고 있다. 축구장 열기만 보면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모습이다.
경기장에 들어갔다. 입장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 또는 PCR 음성 확인서나 자가 진단 결과 확인서가 필수다. EPL 규정은 이렇지만, 현장은 달랐다.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확인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 모바일 티켓 확인 후 곧장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한국 프로축구(K리그는) 11월부터 관중 입장 규모를 50%까지 확대한 상태다. 좌석 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관람석에서 음식 취식 금지 등의 방역 규정은 지켜야 한다.
EPL은 어떨까. 잉글랜드는 지난 7월 19일 이른바 ‘프리덤 데이’를 선언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실내외 모두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없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선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최대 6만2850명을 수용하는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6만여 관중이 엉겨 붙어 응원가를 부르고, 손뼉 치고, 깃발을 흔들었다. 하프 타임 때 경기장 내 라운지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 떠들고 맥주를 마셨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중 심판의 휘슬 소리는 함성에 묻혀 분간이 어려웠다.
이날 경기는 2대 1 토트넘의 승리로 돌아갔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누구보다 큰 함성을 받았다. 공을 잡을 때마다 홈 팬의 ‘Go Sonny!’ 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라크와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치른 손흥민은 이날 리즈와 경기를 90분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그라운드를 천천히 돌며 마지막까지 남아 홈 팬의 성원에 화답했다. 한국에서 온 팬을 향해 손을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주변 스포츠 펍은 승리를 축하하려는 홈 팬으로 꽉꽉 들어찼다. 밤늦도록 응원가가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