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문화특보' 톨스토이 4대손 “한국작가 곧 노벨상 받을 것"

중앙일보

입력 2021.1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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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후손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러시아 대통령 문화 특보. 우상조 기자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후손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러시아 대통령 문화 특보. 우상조 기자

“인생의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의 신기루만 지평선에 아른거릴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글귀였다. 회담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푸틴 대통령은 톨스토이의 팬으로 연설에 다양한 작품을 인용한다. 그의 곁을 2012년부터 대통령 문화 특보로 지키고 있는 인물의 성(姓) 역시 톨스토이, 이름은 블라디미르다. 대문호의 실제 현손(玄孫), 즉 4대손이다. 지난 21일 톨스토이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블라디미르 특보는 “푸틴 대통령은 특히 『전쟁과 평화』를 좋아하신다”고 귀띔했다. 동상은 중구 소재 ‘문학의 집 서울’에 세워졌다.

톨스토이 초상화. [중앙포토]

톨스토이 초상화. [중앙포토]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은 워낙 유명하다. 번역본은 다양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요지다. 톨스토이 본인은 부인 소피아와의 사이에서 13명의 자녀를 낳으며 다복한 삶을 살았다. 현재 그 후손은 400명에 달하는데, 그 중심축 역할을 하는 인물이 블라디미르 톨스토이 특보다. 톨스토이가 말년을 보냈던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후손들의 모임을 주최하는 인물도 블라디미르 특보다.

야스나야 폴랴나는 현재 톨스토이의 성지로 뿌리내렸다. 톨스토이 특보가 1994년 이곳의 톨스토이 박물관 관장을 맡으면서다. 이 박물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러시아 문학도들의 사랑방이자 교육 기관이 됐다. 그가 처음부터 이곳 관장이 되려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94년 야스나야 폴랴나의 숲에서 불법적인 벌목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러시아 유명 일간지에 기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톨스토이 특보는 “야스나야 폴랴나의 숲을 보존하기 위해 기사를 썼는데 큰 화제가 됐다”며 “당시 문화부 장관이 기사를 보고 관장으로 임명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다 2012년 대통령 문화 특보로 임명됐고, 현 관장은 그의 부인 예카테리나 톨스타야 여사가 맡고 있다.

톨스토이 특보. 왼쪽은 부인 예카테리나 여사다. 우상조 기자

톨스토이 특보. 왼쪽은 부인 예카테리나 여사다. 우상조 기자

이 박물관은 한국과 인연도 깊다. 톨스토이 특보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을 매년 시상 중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들이 상을 받았다”며 “최근 소설가 한강 씨 등 많은 역량이 뛰어난 한국 작가들도 후보로 선정되고 있고, 몇 년 안에 한국인 수상자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예카테리나 여사는 “한국의 극단에서 톨스토이의 작품을 해석해 야스나야 폴랴나의 무대에서 올리는 등 다양한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한국 방문객들을 위해 (박물관의) 한국어 안내문과 안내책자 등도 따로 발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야스나야 폴랴나 박물관과 한국 뿌쉬낀하우스와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톨스토이 특보의 활동 분야는 문학을 넘어 음악ㆍ미술ㆍ영화부터 공연 예술까지 다양하다. 톨스토이의 유산을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역시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소임이다. 그는 “톨스토이 작품의 매력은 인간의 본성과 인간관계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있다”며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작품세계를 구축했기에 영화부터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톨스토이 특보 본인 역시 TV 드라마 제작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오는 2028년 톨스토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는 “톨스토이의 인생은 그 자체가 드라마”라며 “그 인생과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담은 드라마를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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