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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에 뛰어든 극우언론인, 아이돌 인기 “롤모델=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대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극우 언론인 출신 정치인 에릭 제무르.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극우 언론인 출신 정치인 에릭 제무르. AFP=연합뉴스

프랑스도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선거일이 4월10일로, 약 5개월로 다가온 가운데 재선을 노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으니, 에릭 제무르(63).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반(反) 이민 노선과 선동적인 화법을 주무기로, 지난 늦여름부터 지지율이 20% 가까이 뛰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를 두고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평한 까닭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7월까지만 해도 5%대였으나 11월 현재 20%에 육박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치인 마리 르펜의 지지율은 반대로 20%를 상회하다 15%까지 떨어졌다. 현 대통령인 마크롱의 지지율 역시 25%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제무르는 프랑스 대선 판도를 뒤흔드는 존재가 됐다. 르펜의 아버지로, 프랑스 극우의 상징같은 존재인 장-마리 르펜 조차 “제무르가 (극우의 가치를 위해) 더 적합한 후보라는 점을 증명해보인다면 딸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제무르는 비교적 보수 성향인 일간지 르피가로 기자 출신으로, 2014년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저서를 출판하면서 대중적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이후 극우 성향 방송사 C뉴스에서 진행자로 나서 “이민자의 자손은 강간범” 식의 혐오 발언으로 인지도를 대폭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그를 집중 조명하며 “C뉴스가 폭스뉴스만큼 영향력이 있지도 않고, 제무르의 인지도는 트럼프보다 높진 않아도, 적어도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만큼은 제무르가 (트럼프만큼의) 파괴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무르는 지지와 함께 비판도 뜨겁게 받는다. 그의 포스터가 프랑스 낭트 지방에서 찢긴 채 방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제무르는 지지와 함께 비판도 뜨겁게 받는다. 그의 포스터가 프랑스 낭트 지방에서 찢긴 채 방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제무르 역시 트럼프가 롤모델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혔다. 올해 펴낸 저서 『프랑스는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의 표지를 두고 “트럼프의 저서 커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다수 매체에 말하기도 했다. 정책도 똑 닮았다. 인종차별부터 이민자 및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성향도 판박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은 프랑스에 설자리가 없다면서 “무슬림은 모두 프랑스식으로 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프랑스식 ‘똘레랑스(tolerance)’ 즉 포용과 관용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그런 그의 주장이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프랑스다. 그는 최근엔 지지자들 앞에서 “이민자와 동성애자들 때문에 프랑스는 자살의 길을 걷고 있다”며 “프랑스의 역사상 이렇게까지 국가가 위기에 처한 적은 없었다”고 연설을 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제무르의 지난 10월 신간은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AP=연합뉴스

제무르의 지난 10월 신간은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AP=연합뉴스

정작 제무르 본인이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점은 공교롭다. 그는 프랑스로 이민온 알제리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제무르는 ‘유대인들은 원래 프랑스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리 르펜 후보에 대해서도 “너무 무르다”고 공격하면서 극우 보수 표를 결집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제무르의 지지자들의 약 25% 정도는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의 적수였던 프랑수아) 피용 보수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라며 “극우 성향의 백인 중심주의적이고 가톨릭 신자들이 그간 느껴온 이민자들과 성소수자 결혼 합법화 등에 대한 염증을 풀어줄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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