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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대통령"…25년 독재 눈앞, 게릴라 혁명가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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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니카라과의 대통령인 다니엘 오르테가 2019년 3일 모습. AP=연합뉴스

남미 니카라과의 대통령인 다니엘 오르테가 2019년 3일 모습. AP=연합뉴스

‘어대오’(어차피 대통령은 오르테가)? 7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니카라과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안팎에선 다니엘 오르테가(76) 대통령의 당선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CNN은 이날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이번 선거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이 4선 연임에 성공해 통치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예견된 결론”이라고 보도했다.

남편은 대통령, 아내는 부통령

오르테가는 1985~90년 집권 이후 2007년부터 연임 중으로 미주 최장 집권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집권당인 좌파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후보로 8번째 출마하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면 통산 5선이다. 지난 2016년 선거에선 아내 로사리오 무리요(70)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함께 당선돼 세계 첫 ‘퍼스트 커플’(정·부통령 부부) 기록도 세웠다. 이번에도 아내와 출마한 그는 곧 퍼스트 커플 재선 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2019년 3월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오른쪽) 대통령과 아내 로시라오 무리요 부통령. AFP=연합뉴스

2019년 3월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오른쪽) 대통령과 아내 로시라오 무리요 부통령. AFP=연합뉴스

오르테가는 60년대 친미 성향의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한 게릴라 혁명가였다. 1963년 FSNL에 가입해 2년 만에 책임자가 됐지만, 혁명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을 습격하다 체포돼 7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꾸준한 투쟁 끝에 1979년 소모사를 몰아내고 과도연립정부를 구성해 1984년 첫 대선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경제 정책 실패로 재선에 실패하고 16년간 야당 생활을 했다.

그의 재기는 보수정당의 분열 덕분이었다. 2003년 엔리케 볼라뇨스 정부가 전임 대통령인 아르놀도 알레만을 비리 혐의로 체포하자 이에 반발한 알레만 측과 손잡고 선거법 개정을 이뤄내면서다. 이를 기반으로 오르테가는 2006년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각종 사회보장정책과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그는 빈곤층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3선 연임까지 이뤄냈다.

野 유력 대선주자 다 잡아들여

그러나 부정 의혹이 제기된 2016년 선거에 이어 2018년 사회보장제도 개편안을 계기로 발생한 반정부시위 강경 진압을 계기로 반(反) 오르테가 정서는 짙어졌다. 특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야권 탄압을 본격화하면서 노골적으로 장기집권 야욕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이후 유력 대선주자 7명을 포함해 체포된 야권 인사만 30여명에 이른다. 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미스 니카라과 출신 베레니세 케사다(27)도 최근 ‘증오 조장’ 등 혐의로 가택 연금됐다. 오르테가 외에 이번 선거에 출마한 다른 5명의 후보는 사실상 들러리다.

니카라과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7일(현지시간) 투표소 보안을 이유로 배치된 군인. AFP=연합뉴스

니카라과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7일(현지시간) 투표소 보안을 이유로 배치된 군인. AFP=연합뉴스

야권은 선거 보이콧을 주장한다. 오르테가 정부가 공무원 등에게 집권당의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면서다. 오르테가 정부는 이날 투표소 보안을 이유로 전국에 군인 1만5000명을 배치했다. 코스타리카 여론조사기관 CID 갤럽 조사에 따르면, 니카라과인의 76% 이상이 오르테가의 재선이 불법이거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답했지만, 응답자의 44%가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가톨릭 사제인 우리엘 발레호스는 현지 일간 라 프레사에 “국민은 독재를 외면할 것”이라며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이번 선거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최근 기자들에게 “이번 니카라과 대선은 완전한 가짜로, 투표 결과는 합법적일 수 없다”고 말했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오르테가와 무리요 부부는 신뢰를 잃은 거짓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이에 “제국주의자”라고 맞선다. CNN은 “오르테가는 쿠바와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반미 정부의 지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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