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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전’ 옛 호남이 아니다···여당내 ‘이낙연 역할론’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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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14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제 마음에 좀 맺힌 게 있었다"며 이재명 후보에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14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제 마음에 좀 맺힌 게 있었다"며 이재명 후보에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국회사진기자단

“30%가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호남 민심’ 관련해 22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10일 경선 종료 이후 한 달여 간 호남 민심을 60% 이상 회복했지만, 여전히 반응은 미지근하다”며 “민주당 후보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냈던 옛 호남 민심과는 온도차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의 이 후보 지지율은 63%였다. 양자 대결이던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얻은 광주 지역 득표율 91.97%에 크게 모자란 수치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11%를 기록했다. 18대 대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광주 득표율(7.76%)보다 높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민주당의 한 호남권 초선 의원은 “이 후보에게 호남 민심이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호남 출신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한 게 일정한 효과를 보고 있다”며 “지역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호남 민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전했다.

분열된 호남 민심에 커지는 ‘이낙연 역할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취준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후보는 '선대위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취준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후보는 '선대위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임현동 기자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명·낙대전’의 후유증을 추스르고 이 후보에 대한 이질감을 완화할 유일한 카드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월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대선 후보 경선에서 47.12%를 얻어 46.95%를 얻은 이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호남 출신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민주당 승리 공식은 늘 호남의 마음을 똘똘 뭉치는 것에서 시작했다”며 “갈라진 호남 민심을 다독일 유일한 방법은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쇄신 기치를 내건 이 후보가 추진 중인 선대위 전면 개편 과정에서도 이 전 대표의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상당하다. 민주당 선대위의 부본부장급 의원은 “이낙연 캠프 출신 의원들에게 선대위 자리를 분배하는 것보다 이 전 대표 본인이 활동할 공간을 제공하는 게 ‘원팀’ 분위기를 살리는 길”이라며 “이름뿐인 선대위 상임고문보다 좀 더 실질적인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순회한 이낙연, 주변엔 “걱정 많다”

지난달 24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앞에서 회동 후 손을 잡고 나서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24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앞에서 회동 후 손을 잡고 나서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찻집에서 이 후보를 만나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이 후보와 두 손을 맞잡았다. 지난달 10일 경선이 종료된 지 2주 만이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잠행’에 들어갔다. 최근엔 이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자신의 경선을 거든 이들과 두루 인사를 나눈 흔적들이 SNS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전 대표 경선 캠프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달하고 한편으로 경선에서 상한 그들의 감정을 달래는 측면도 있었다”며 “이 전 대표가 ‘결국 당을 위해 우리가 뭉쳐야 한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마음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대선에 대해) 걱정이 많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근 이 전 대표를 만났다는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도울 방법, 즉 앞으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도 당원으로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다만 시점과 방법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경선 중립을 지켰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움직이기엔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절박한 마음으로 ‘삼고초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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