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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동부로 옮겼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전에 회사차로 편하게 출근했는데, 지하철 타고 다니려니 힘드네요"

최근 삼성그룹에서 동부그룹으로 옮긴 모 임원의 애교섞인 푸념이다.

동부그룹은 최근 몇년새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임원진의 절반 가량은 삼성출신 멤버로 차있다. 최고경영자(CEO)급도 절반 가량이 삼성맨 출신이다.

그러나 동부그룹에서 받는 대접은 삼성그룹만 못하다. 급여차이는 크지 않다. 기본급은 비슷하거나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연말 성과급에서 큰 차이가 난다.

삼성그룹은 연말에 경영성과에 따라 연봉의 최고 50%까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PS(이익배분)제도를 운영한다. 성과에 따라 지급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연말 보너스 잔치란 말이 있을 정도로 푸짐한 성과급이 지급된다. 동부그룹에선 바라기 힘든 일이다.

자동차가 지급되지 않는 것도 불만이다. 삼성그룹에서 임원승진을 하면 SM7, 그랜져TG, 오피러스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유지 관리비도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그러나 동부에선 개인이 구입한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삼성에서 전무급부터 배정되는 기사는 바라지도 못한다. CEO급이 돼야 겨우 바랄일이다.

골프장을 마음대로 이용하기 힘든것도 애로사항. 임원이 되면 골프 칠 일이 많지만 동부그룹에서 골프장 회원권을 이용하기가 매우 힘들다. 안양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세븐힐스, 글렌로스 등 비교적 많은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삼성과 다르다. 삼성그룹은 또 계열사별로 일부 임원들에게 법인 회원권을 배정해주기도 한다.

동부그룹 임원들은 충북 음성의 동부CC가 서둘러 오픈되길 기다리고 있다. 동부CC는 내년 5월 개장한다.

치과 진료도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그룹 임원들은 한남동의 모 치관의원에서 저렴하게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해마다 삼성의료원에서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는다. 동부에선 자비로 치과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요인에도 불구하고 옛 삼성맨들은 동부그룹으로 옮긴 걸 대체로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이유는 두가지. 안정적인 회사분위기와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동부그룹으로 옮긴 모 삼성맨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그룹들이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구조조정했지만 동부만 유일하게 기업들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며 "조용한 듯 싶지만 저력이 있는 기업임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유통부문이나 e삼성, 삼성자동차 등에서 참패를 하며 계열사를 매각한 경험이 있다. LG와 현대그룹의 계열분리, SK그룹의 구조조정 등 대기업 대부분이 한차례 이상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동부건설을 시작으로 동부제강, 동부한농, 동부생명, 동부화재 등 한번 세운 기업을 끝까지 유지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사업을 시작한 동부일렉트로닉스가 적자를 내며 고전을 하고 있지만 꾸준히 안정 궤도에 오르고 있다.

한 임원은 "정중동으로 조용한 움직이는 동부 특유의 분위기와 삼성식 시스템 경영이 접목되면 동부그룹의 제2도약도 멀지 않을 것"이라며 "지하철로 출근해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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